[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잘 하네.” 지난 29일 한국시리즈 3차전을 패한 뒤 삼성 선수들의 반응이었다. 넥센, NC를 연파하며 그린 상승곡선이 꺾일 줄 모르는 두산. 예상은 했으나 생각 이상으로 드센 기세였다.
삼성은 2,3차전을 잇달아 내줬다. 경기 막바지 찬스가 몰렸으나 이를 살리지 못하면서 연속 1득점. 니퍼트, 장원준이라는 거대한 산에 막혔다. 팀 타율 1위(3할2리)의 삼성도 넥센, NC와 다르지 않았다. 삼성이 자랑하는 선발야구 3경기 연속 먼저 무너졌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니퍼트와 장원준의 공이 정말 좋다.” “타자들이 잘 친다.” 삼성 선수들은 혀를 내둘렀다.
잘 해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덜 못해도 이길 수 있다. 작은 실수를 줄이는 것, 그 미세한 차이가 승부를 가르기도 한다.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이어지고 있는 ‘승리의 법칙’이다. 삼성도 하루 전날 2루수 나바로의 과욕이 부른 송구 실책으로 결정타를 맞았다.
↑ 삼성의 구자욱이 30일 한국시리즈 두산과 4차전에서 1회 송구 실책을 범한 뒤 자책하고 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그 ‘이상한’ 기록 행진은 4차전까지 계속됐다. 원정팀 삼성은 첫 수비부터 미스 플레이를 범했다. 1사 2,3루서 김현수의 날선 타구를 구자욱이 몸을 날려 잡았다. 그 자세로 글러브로 베이스를 터치. 여기까진 그림 같은 수비였다.
그러나 구자욱이 재빨리 몸을 일으켜 홈으로 던진 공은 포수 이지영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갔다. 주자 2명을 불러들이는 악송구. 구자욱은 한국시리즈 1호 출전-1호 안타-1호 득점-1호 삼진-1호 멀티히트에 이어 1호 실책까지 기록했다.
이번에는 좀 다른 게 하나 있었다. 홈팀도 수비가 안정되지 않았다. 두산은 2회 곧바로 동점, 그리고 역전까지 허용했다. 그 시발점이 실책이었다. 박석민의 내야안타성 타구를 3루수 허경민이 무리하게 던졌다가 2루까지 내보냈다. 이어 이승엽의 안타로 무사 1,3루 위기서 나온 건 어이없는 이현호의 폭투.
그 실수 하나는 이현호를 흔들었다. 제구가 흔들리더니 구자욱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서 강판됐다. 투구수는 32개. 그 가운데 볼이 14개였다. 스코어는 3-2 삼성의 역전. 이현호의 한국시리즈 첫 등판은 전날의 장원준(7⅔이닝 1실점)과 달랐다.
↑ 두산의 허경민이 30일 한국시리즈 삼성과 4차전에서 2회 송구 실책을 범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5회 2사 1,2루에서 삼성은 승부수를 던졌다. 연속 안타를 맞은 피가로를 빼고 차우찬을 투입했다. 차우찬은 탈삼진 쇼를 펼치며 1차전 승리를 지켰던 ‘수호신’이다. 삼성이 반드시 4차전을 잡겠다고 꺼낸 카드였다.
첫 타자 민병헌이 차우찬의 137km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힘껏 휘둘렀으나 완벽한 직선타 코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