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류중일 삼성 감독의 고민은 ‘방망이’였다. 올해 따라 삼성의 방망이는 ‘요술방망이’가 아니었다. 예전에는 이 정도면 터질 때가 됐으나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주문을 아무리 외쳐도, 그리고 아무리 기다려도.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무득점이 거의 없었다. 가장 마지막이 지난 2004년 현대와 연장 12회 무승부를 펼쳤던 4차전. 이번 시리즈에서도 최소 1점은 뽑았다. 그러나 득점 가능 범위가 매우 좁았다. 1차전 9득점 이후 점점 줄었다.
그렇다면 마운드는 얼마나 버텨줘야 이길 수 있을까. 이번에도 최소 1득점을 할 거라면, 적어도 1실점 이하면 패하지는 않을 터. 부담은 컸다. 더욱이 4경기 연속 선발진이 흔들렸다. 4일 만에 등판하는 장원삼, 그는 4일 전보다 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올랐다.
↑ 두산의 양의지가 31일 한국시리즈 삼성과 5차전에서 1회 2사 1,2루서 2타점 2루타를 친 뒤 두 팔을 벌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공 4개 만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으며 상쾌한 출발. 그러나 4일 전 5회를 악몽으로 만들었던 두산 중심타자와 재회 하자마자, 표정이 일그러졌다. 민병헌과 김현수의 연속 안타. 뭔가 불길하다 싶었는데 ‘악’ 소리가 났다. 양의지는 장원삼의 높은 속구를 때렸다. 외야 좌중간을 가르는 큰 타구였다. 2실점. ‘이제’ 1회라고 해도 뼈아픈 실점이었다. 삼성에겐 ‘벌써’ 실점이었다.
두산은 이번 시리즈 1회에만 세 번째 득점 성공. 익숙한 실점일지 모르나 벼랑 끝에 몰려 심리적으로 쫓긴 삼성에겐 매우 부담스러웠다. 초조, 그리고 불안. 하던대로 해도 쉽지 않은 판에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끌려갔다. 그 다급함은 삼성만의 야구를 펼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 3회 붕괴로 이어졌다. 장원삼은 2010년 플레이오프 5차전(6이닝 무실점) 같은 쾌투를 꿈꿨으나 오히려 그는 4일보다 더욱 빨리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번에도 같은 건 2사 후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못 잡고 ‘참사’가 벌어졌다는 것. 폭투→볼넷→안타→볼넷→안타. 스코어는 0-2에서 0-7까지 벌어졌다.
↑ 삼성의 장원삼이 31일 한국시리즈 두산과 5차전에서 1회 2사 1,2루서 양의지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은 뒤 탄식하고 있다. 이 2실점은 쫓기는 삼성에게 매우 큰 타격이 됐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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