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2년 전과 달랐다. 두산 베어스가 삼성 라이온즈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미라클 두산’을 완성시켰다. 14년 전과 마찬가지로 정규시즌 3위 팀으로서 1위 팀인 삼성을 꺾고 대미를 장식했다.
두산은 31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장단 17안타로 삼성을 13-2로 크게 이겼다. 이로써 두산은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앞서며 삼성의 5연패에 제동을 걸고 정상에 등극했다. 두산은 삼성과 역대 한국시리즈 전적에서 3승 2패로 우위를 점했다.
파란이다. 2002년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은 정규시즌 우승팀의 전유물이었다. 그 행진이 멈췄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부터 거친 팀이 관문을 하나씩 뚫으며 정상에 올랐다. 14년 만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 두산이 해냈다.
↑ 두산의 정수빈이 31일 한국시리즈 삼성과 5차전에서 7회 3점 홈런을 날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실상의 우승 축포였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두산 선수들은 “두 번의 실패는 없다”라며 스스로 채찍질 했다. 정신 집중. 정수빈은 “(삼성이 아닌)위가 3패라는 생각으로 오늘 경기에 임한다”라며 결연한 각오를 내비쳤다.
배수의 진을 친 건 삼성이 아니라 두산이었다. 승부를 잠실에서 끝내겠다는 의지는 강했다. 시리즈 내내 돋보였던 ‘2사 이후‘ 집중력은 이날도 빛났다. 귀신같은 몰아치기에 삼성은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못 잡고 휘청거렸다.
강펀치는 시작부터 날렸다. 두산은 1회 2사 이후 민병헌의 리시브(안타)에 김현수의 토스(안타), 그리고 양의지의 강력한 스파이크(2루타)로 2점을 얻었다. 하루 전날처럼 상대 실책이 없어도 스스로 점수를 뽑을 ‘능력’이 있었다. 장원삼은 커브-슬라이더-속구로 다양한 구종을 던졌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두산의 우승 파티는 생각보다 빨리 준비했다. 3회 다시 한 번 2사 이후 장원삼을 공략했다. 2사 2루서 나온 폭투. 삼성에겐 불행의 씨앗이었다. 박건우의 적시타에도 삼성 벤치는 장원삼을 믿었다. 그러나 2사 만루 위기. 장원삼은 4일 전 5회처럼 무너졌다. 고영민의 2타점 좌중간 적시타.
장원삼의 강판과 함께 삼성의 희망도 점점 작아졌다. 정인욱이 안타와 폭투로 2점을 더 헌납하며 스코어는 0-7까지 벌어졌다. 6번의 반격 기회가 남았으나 시리즈 내내 얼어붙은 방망이를 고려하면,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우승이 눈앞에 보이니 더욱 신바람이 난 두산이었다. 그리고 타선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삼성이 1점을 만회하면 곧바로 배 이상의 득점을 올렸다. 7회 1사 만루 기회를 날리면서 삼성은 추격 의지는 꺾였다. 그리고 곧이어 터진 정수빈의 3점 홈런. 이마저 2사 이후 터졌다. 두산의 우승 축포였다. 그리고 삼성의 자존심을 구긴 마지막 강펀치였다.
두산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유희관은 마지막 등판에서야 ‘18승 투수’ 다운 위력을 떨쳤다. 그리고 7회 니퍼트-9회 이현승을 투입, 삼성의 희망 불씨를 완전히 꺼트렸다. 특히, 니퍼트는 2⅓이닝 무실점 호투, 자신이 4일 전 세웠던 포스트시즌 최다 이닝 무실점 기록(26⅔이닝)을 늘렸다.
↑ 두산은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을 꺾고 4승 1패로 앞서, 14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