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김원익 기자] 두산 베어스가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치고 포스트시즌에 올라 준PO, PO를 차례로 거쳐 한국시리즈마저 접수했다. 2013년 삼성 라이온즈에게 당했던 시리즈 패배의 아픔도 설욕했다. 애초 약점으로 여겨졌던 위기마저 기회로 바꾼 위대한 패자의 역습이었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통산 4번째이자 지난 2001년 우승 이후 무려 14년만에 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원정도박 파문으로 인한 전력누수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객관적 전력은 강했다. 하지만 팽팽하리라는 승부 예상은 틀렸다. 뚜껑을 열어보니 두산의 완승이었다. 마운드 전력과 타선의 집중력, 수비 집중력과 기동력까지 어느 것 하나 삼성에 뒤처지지 않았다. 오히려 삼성에 훨씬 앞섰다.
↑ 사진=옥영화 기자 |
삼성 선수단은 자타공인 ‘우승타짜’들이 모인 관록의 팀이다. 사령탑부터 2011년 부임 이후 초유의 통합 4연패를 달성한 류중일 감독이다. 주전 선수단 구성원 대부분 또한 지난 통합 4연패의 주역들. 삼성에서만 무려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 6개를 낀 박한이와 같은 백전노장이 즐비한 삼성이다.
반면 두산은 홍성흔을 제외하면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해 본 선수들이 없었다. 2013년 한국시리즈 정상의 문턱에서 삼성에 막혀 좌절한 선수들이 현재 선수단의 주역이다. 당시에 비해서도 손시헌, 이종욱(이상 NC), 임재철, 최준석(이상 롯데), 정재훈(kt)과 같은 베테랑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부쩍 경험이 부족한 팀이었다.
실제로 두산은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젊은 팀이다. 2015 시즌 초 소속 선수 평균 연차가 7.3년으로 신생팀 kt위즈(6.7년)와 9구단 NC다이노스(7.1년)을 제외하면 가장 적었다. 연령도 마찬가지였다. 26.3세로 팀 평균 최연소 팀이었던 kt(26세)다음으로 어린 팀이었다.
하지만 패기로 덤볐다. 야수진은 어느덧 팀 주역으로 성장한 김현수, 민병헌, 양의지, 오재원, 김재호을 중심으로 허경민, 정수빈, 박건우, 최주환, 오재일 등이 하나로 뭉쳐 놀라운 저력을 발휘했다. 실제로 공격과 수비 모두 삼성을 상대로 상대 우위 리드를 내주지 않았던 두산 야수진이었다.
마운드의 선전도 돋보였다. 선발진에서는 절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 ‘우승청부사’ 장원준이 워투펀치로 맹활약했다. 그런 가운데 팀의 대들보로 성장한 유희관, 굴곡을 이겨낸 노경은이 힘을 보탰다. 객관적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가을야구를 첫 경험한 함덕주, 이현호 등의 젊은 자원도 힘을 보탰다.
특히 김태형 감독의 유연하고 유쾌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두산 선수들은 마치 ‘백전노장’처럼 여유있는 플레이를 했다. 포스트시즌 내내 그랬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가 않았다’는 것이 선수들의 공통된 반응. 한 마디로 겁이 없었고 즐겼다. 도전자의 패기가 챔피언의 노련함에 앞섰다.
↑ 사진=옥영화 기자 |
시리즈 승부가 펼쳐지기 전 삼성의 전력 누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두산의 마운드를 삼성보다 우위에 놓지 않았다. 오히려 시즌 내내 불펜이 흔들렸던 두산이 잠재적인 폭탄을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것이 포스트시즌서 두산은 마무리 이현승을 제외한 구원진이 흔들렸다. 윤명준과 노경은이 좋지 않았고, 야심차게 기용한 함덕주도 기대치를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큰 무대에서 이들이 화려한 백조로 부활했다. 1차전 패배가 오히려 독기를 불러오는 계기가 됐다. 2~3차전 윤명준, 이현호, 이현승이 승리에 기여했다. 이어 4차전에는 선발 이현호가 1⅔이닝만에 물러난 이후 노경은이 92구를 던지며 5⅔이닝 무실저 역투를 펼쳐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현승은 1차전 부진을 씻어내고 한국시리즈에서만 2세이브를 올리며 진정한 두산의 수호신으로 거듭났다.
막강한 삼성 타선에 비해서 정확도와 파워 모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타선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뜨거운 활약을 한 테이블세터 정수빈과 허경민을 비롯해 민병헌-김현수-양의지의 중심타선이 톡톡히 역할을 했다. 하위타순까지 고른 활약을 하면서
동시에 2013년 아픈 기억도 털어냈다. 당시 두산은 5차전까지 삼성에 3승1패로 앞서 있었지만 이후 내리 3연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런 트라우마를 떨쳐낼 수 있을지도 중요한 변수였는데 깔끔한 4승1패 마무리로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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