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태평성대를 이루던 삼성 왕조에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2011년 잡은 뒤 4년째 유지했던 대권을 두산에게 내줬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그 화려한 역사는 우승이 아닌 준우승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사상 첫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5연패는 이뤄지지 않았다.
2015년 가을야구의 패자는 두산. 14년 만에 왕좌에 올랐다. 그때도 삼성을 밟고 올라섰다. 삼성은 ‘No.2’가 됐다.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에 대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10년 SK에 당한 이후 또 한 번의 뼈아픈 4연패.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샴페인을 터뜨리고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추던 사자군단, 그 기쁨의 세리머니를 할 수가 없었다. 잠실에서 축배를 들겠다던 두산은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베테랑’ 홍성흔 외에는 다들 첫 경험이니 더욱 짜릿할 수밖에. 희비 교차.
↑ 삼성은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에 패했다. 이로써 1승 4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2010년 이후 5년 만에 좌절이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88승 56패로 정규시즌 우승. 그렇지만 막바지 흔들리는 삼성은 ‘절대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았다. 뭔가 불안했다. 그런 삼성을 더욱 흔든 건 밖이 아니라 안이었다.
한국시리즈 준비에 여념이 없는 사이 불거진 해외 원정 도박 스캔들의 직격탄을 맞았다. 주축 투수 3명이 혐의를 받으면서 전열에서 뺄 수밖에 없었다. 팀 내 다승(윤성환), 홀드(안지만), 세이브(임창용) 부문 1위가 빠진 마운드는 경기를 치를수록 한계를 드러냈다. 선발야구까지 뜻대로 안 되면서 더욱 꼬였다.
그런 삼성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 건 익숙하지 않은 패배였다. 도박 스캔들에도 내색하지 않던 선수단 분위기는 패할수록 흔들렸다. 초조했다. 자연스레 안 풀렸다. 되는 게 없었다. 류중일 감독은 굳게 믿으며 기다렸으나 삼성 왕조는 해가 저물고 있었다. 삼성다운 야구를 끝내 발휘하지 못했다. 첫 경기에 반짝 했을 뿐.
삼성은 지난 2011년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늘 ‘일등’이었다. 정규시즌이든 포스트시즌이든.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이등’을 해봤다.
딱 한 번 놓쳤을 뿐이다. 공고하던 삼성 왕조가 이 한 번의 ‘패배’로 붕괴했다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삼성은 불운했다. 여전히 삼성은 KBO리그의 ‘톱클래스’다. 그러나 붕괴 조짐을 보였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사서를 뒤져봐도 1000년을 이어간 왕국도 있으나 영원불멸은 없었다. KBO리그에서는 그 ‘재위’ 기간이 더욱 짧았다.
↑ 삼성은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에 패했다. 이로써 1승 4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2010년 이후 5년 만에 좌절이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