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11월의 첫째 주, 한국야구의 간판타자가 하루 사이로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박병호(히어로즈)가 지난 2일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도전장을 내밀더니 하루 뒤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뒤따랐다.
활약하던 무대를 평정한 박병호와 이대호는 안정된 삶이 보장됐다. 그러나 동경하던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을 이루기 위해 ‘도전자’가 됐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다. 포지션도 1루수로 같다. 3루수를 겸업할 수 있다는 것도. 여기에 거포형 타자라는 특징도 지녔다. 박병호와 이대호는 2015 WBSC 프리미어12에 참가하는 대표팀의 1루수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3일 메이저리그 도전을 공식 선언하면서 “박병호도 좋은 선수라 서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
박병호의 비공개 입찰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대호라는 또 다른 ‘거포’가 시장에 나왔다. 이대호는 박병호보다 4살이 많긴 하나 일본 무대를 거치면서 검증된 자원이다.
↑ 박병호에 대한 메어지리그 30개 구단의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은 한창 진행 중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
박병호의 포스팅 마감은 미국 현지 동부시간 기준 6일 오후 5시까지다. 1달러, 1센트까지 따지는 이 눈치 싸움에 시작과 동시에 응찰할 리가 없다. 마감 직전까지 신경전을 벌이며 가장 높은 응찰 금액을 쓸 텐데, 이대호의 등장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질 메이저리그 구단들이다. 마치 불똥이 튄 모양새다.
하지만 진짜 변수는 따로 있다. 박병호의 포스팅 과정에는 세 가지 선택이 있다. 먼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박병호를 선택한다. 비공개 경쟁 입찰에 응할지 말지를, 그리고 한다면 입찰 금액을 얼마나 지급할 지도. 그 다음은 히어로즈가 최고 응찰 금액을 수용할 지를 선택하며, 마지막으로 박병호가 ‘마음에 드는’ 대우를 선택하게 된다.
이대호라는 또 다른 ‘대어’가 등장했으나 박병호 또한 ‘대어’다. 메이저리그의 관계자는 지난 2년간 한국의 야구장을 찾으며 박병호에 관한 자료를 취합했다. 이미 미국 언론을 통해 박병호 영입에 적극적인 몇몇 구단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박병호의 매력을 느낀 이들이 이대호가 시장에 나왔다고 하루아침에 태도를 돌변하지 않을 터. 적어도 0표는 없다. 박병호가 30개 구단 누구에게도 ‘사랑의 화살’을 못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박병호의 최고 응찰 금액은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 뉴욕 메츠 단장 출신 짐 듀켓은 박병호의 포스팅 금액을 2000만달러까지 전망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포스팅 상한선(2000만달러)이 있는 일본을 고려해 그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 그 가운데 포스팅 비용이 안 드는 이대호의 등장은 각 구단에게 묘한 고민을 안 겨줄 것이며, 씀씀이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다.
세 가지 선택 중 가장 중요한 건 두 번째다. 히어로즈가 최고 응찰 금액이 성에 차지 않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박병호의 포스팅은 그대로 종료된다. 선수의 의사도 중요하나, 구단의 의사도 중요한 포인트다.
히어로즈는 기본적으로 박병호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돕겠다는 방침이다. 박병호의 포스팅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않았다. 문턱을 낮췄지만 아예 없지 않다. 터무니없는 금액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나름 기대하는 수준이 있다. 1년 전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포스팅 금액은 500만2015달러였다. 지금까지 박병호의 몸값은 그보다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히어로즈도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을 게 자명하다. 하지만 전망이다. 현실은 또 다를지 모른다.
KBO는 오는 7일 히어로즈에 박병호 포스팅 최고 응찰 금액을 통보한다. 그리고 히어로즈에게는 둘 중 하나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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