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전장에서 장수가 군사를 부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진(前進)과 퇴각(退却)의 묘용(妙用)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김태형(48) 두산 감독은 부임 첫 해, 그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비교적 잘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장의 위치에 있는 자들에게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가장 적절한 순간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함께하는 구성원들의 성패가 엇갈리기도 한다.
김태형 감독은 그런면에서 ‘초보딱지’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노련했다. 올 시즌 특유의 뚝심의 컬러를 되살려내면서도, 세밀한 야구를 더해 14년만에 가을야구 숙원을 이뤘다.
특히 전반기와 후반기 확연하게 나뉘었던 전략은 ‘성장’의 징후나, 적응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시즌 초반과 전반기까지, 두산은 작전이 많지 않은 팀이었다. 특히 전반기에는 5회 이전에 희생번트를 거의 볼 수 없었을 정도로 강공 위주의 선택이 많았다. 지난해 송일수 전 감독 체제서 타격이 강력한 두산만의 야구색깔을 살리지 못하고 지나치게 ‘스몰볼’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 사진=옥영화 기자 |
특히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는 장면에서 김 감독의 다른 선택들이 주목을 받았다. 5번 타순에 들어서는 양의지가 희생번트나 팀배팅을 하는 장면이나, 경기 초반 득점권에서의 강공 장면 등은 올 시즌 내내 병행된 두산이 패턴이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전반기는 타자들의 능력을 확인하면서 믿고 맡겼다면 후반기에는 벤치에서 조금 더 많이 개입했다. 떨어진 득점력과 선발진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반적으로는 신뢰가 바탕이었지만 냉정한 평가와 즉각적인 수정도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마무리 투수들의 실패 이후 교체 과정이다. 시즌 내내 아킬레스건으로 꼽힌 두산 마무리 체제는 이현승이 바톤을 받기 전까지 표류했다. 그 과정에서 윤명준, 노경은, 오현택, 이현승에게 골고루 역할을 맡겼다. 그리고 이현승 체제를 정착시켰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문제를 빠르게 고치려는 모습들은 명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뚝심’속에 감춰진 ‘여우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발휘된 것은 1~2위로 순항하던 두산이 내려오기 시작한 후반기 시점부터다. 시즌 내내 전폭적인 믿음을 줬던 홍성흔을 벤치에 앉히고 다양한 라인업 변화를 감행했다. 베스트나인 주전 선수들에게는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쓰면서도 유연한 관리를 했다. 외인들의 경우에도 끌려다니지 않고 후반기 과감하게 데이빈슨 로메로와 앤서니 스와잭등을 배제하는 등의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두산이 전반기 많은 부상 변수에도, 이후 큰 이탈 없이 선수단이 굴러간 것에는 이런 관리도 한 몫을 했다.
‘큰 판’을 흔들지 않는 뚝심 속에서 나아감과 물러남을 유연하게 선택한 묘용이 점점 자리를 잡아간 시즌이었다.
승부사는 결국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자리다. 동시에 선택을 해야 하는 자리다.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김태형 감독은 “대비해서 시즌을 치르는 것과 감독의 즉각적인 생각으로 작전을 펼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시즌 전 여러 상황들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그
승부사의 모습을 완전히 보여줬다고 말하기에는 일렀다. 그렇지만 준비된 감독을 향해 조금씩 전진하는 예비 승부사의 자질만큼은 충분히 증명했던 2015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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