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미국 프로스포츠 경기장에서는 군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주로 해외 파병에서 돌아 온 군인들이 관중들의 박수를 받거나, 개막전과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대형 국기를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들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을 인정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방부가 프로 구단들에 지속적으로 예산을 지원한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5일(한국시간) 존 맥케인, 제프 플레이크 애리조나주 공화당 상원 의원의 보고서를 인용, 국방부가 군인들의 프로스포츠 경기 참가를 위해 지난 4년간 680만 달러를 지출했다고 전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방부가 프로 스포츠에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한 5300만 달러의 일부로 집행됐다.
↑ 지난 월드시리즈 1차전 경기를 앞두고 국가 제창 시간에 군인들이 대형 성조기를 들고 있는 모습. 미 국방부가 군인들의 이 같은 행사 참가를 위해 프로 스포츠 구단에 적지 않은 금액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AFPBBNews = News1 |
5대 스포츠의 약 50개 팀이 이런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18개 풋볼 팀이 560만 달러, 10개 메이저리그 팀이 90만 달러, NBA와 MLS에서 각 8개 팀, 6개의 NHL 팀이 비슷한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공군은 이와 별도로 자동차 경주 단체인 나스카에 150만 달러를 추가 지급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뉴저지주 방위군이 NFL팀 뉴욕 제츠에 11만 5000달러를 지급했고,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버팔로 빌스, 볼티모어 레이븐스 등에도 최소 50만 달러가 들어갔다. 가장 많은 돈을 받은 팀은 애틀란타 팰콘스로, 조지아주 방위군으로부터 87만 9000달러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국방부가 프로 구단들에 돈을 주고 군인들을 동원한 결과가 됐다. 맥케인과 플레이크 두 국회의원은 이를 “돈으로 산 애국심”이라 표현하며 근절을 요구했다. 국민이 낸 세금이 부적절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
이들은 14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군인들의 엄청난 희생을 생각하면, 어떤 단체든 그들의 명예를 인정하는데 있어 세금이 아닌 자신들의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선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초 2016년 회계연도 국가 방어법에 국방부가 이 같은 목적의 지출을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 법안은 지난달 의회를 통과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이 법안은 다시 제정된 상태로,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법안에 서명하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국방부로부터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 받은 것으로 밝혀진 NFL 측은 “NFL과 군의 관계를 완전히 왜곡시켰다”며
이와 동시에 로저 구델 커미셔너는 지난 7월 각 구단들에 이 같은 계약을 군과 맺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는 감사를 통해 부적절하게 지급된 예산은 환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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