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서프라이즈. 넥센 히어로즈와 박병호는 물론 야구계, 야구팬도 모두 놀랐다. 태평양 건너 긍정적인 이야기가 쏟아지긴 했어도 말 그대로 ‘전망’이었다. 현실은 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여니 1285만달러(약 147억원)이었다.
3년 만에 또 한 번의 ‘잭팟’이 터졌다. 류현진(LA 다저스)의 포스팅 금액인 2573만7737달러33센트에 이어 역대 한국인 최고 포스팅 금액이다. 특정 기준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박병호도 놀라긴 마찬가지. 2015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 개막전을 하루 앞두고 훈련 중인 그는 “(어느 정도)기대는 했으나 생각보다 금액이 높아 깜짝 놀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금액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격세지감이다. 지난 1998년 3월 이상훈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처음으로 포스팅 절차를 밟았던 시절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KBO리그에서 내노라 하던 투수 이상훈, 진필중, 임창용(삼성), 최향남은 포스팅 금액이 100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헐값이었다. 이들의 실력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당시 한국을 대표하던 투수들이었다.
↑ KBO리그에 대한 인식은 바뀌었고 위상도 높아졌다. 그것만이 박병호의 높은 포스팅 금액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박병호의 가치가 크다고 판단됐기에 치열한 경쟁이 가능했다. 사진(日 삿포로)=천정환 기자 |
류현진이 엄청난 대우를 받기 전까지 한국에서 미국으로 직행하는 길은 사실상 ‘아마추어’ 신분으로 두들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면, 일본을 거쳐 가는 ‘우회’를 택해야 했다.
그 가운데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한국인 야수로는 최초로 포스팅 바늘구멍을 통과한 데다 박병호마저 ‘성공 신화’를 쓰기 직전이다. 류현진, 박병호만큼은 아니더라도 강정호는 500만2015달러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이었다. 박병호 이전까지 아시아 야수의 포스팅 금액으로 500만달러 이상인 건 3명밖에 없었다.
한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한국 선수들에 대한 시장이 형성됐다. 류현진, 강정호의 연속 성공으로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가 되어가고 있다. 인식의 전환이다.
또한, KBO리그의 위상도 2000년 전후와 비교해 크게 올라갔다. 류현진, 강정호, 박병호의 KBO리그 기록을 참고했으며, 높이 샀다. 아예 직접 발품을 팔았다. 한국 선수들을 보러 메이저리그 관계자가 한국 야구장 홈 플레이트 뒤편 관중석에서 꼼꼼하게 모니터링 하는 풍경은 이제 새롭지 않다.
그렇다고 KBO리그의 위상이 절대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예년보다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그 ‘프리미엄’이 아주 큰 요소라고 할 수 없다. KBO리그의 선수를 찾는 게 아니라 잘 하는데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찾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예년보다 자본력이 많다고 해도 씀씀이가 헤픈 건 아니다. 필요성에 따라 기준대로 포스팅에 응찰하고 있다. 1년 전 김광현(SK 와이번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을 떠올려보자.
류현진과 함께 ‘좌완 트로이카’로 활약했지만 이들의 포스팅 금액은 상당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 절반도 안 됐다. 그 해 이들의 성적이 아주 형편없었던 것도 아니며,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관찰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목조목 따지면서 계산기를 두들겼다. 언제나 그렇듯 현실은 냉정하다. 도전하는데 있어, 문턱도 결코 낮지 않다.
강정호 덕분에 어느 정도 지우긴 했어도 메이저리그 구단은 아시아 타자들의 성공을 100% 확신하기 어렵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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