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박 터지던 다툼에서 웃은 건 미네소타 트윈스였다. 쟁쟁한 경쟁 후보와 눈치 싸움에서 과감한 승부수로 박병호(29)와 단독 협상 권리를 획득했다. 1285만달러의 거액을 쓴 끝에 얻은 결실이다.
박병호가 프로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처음 입은 게 ‘쌍둥이’ 유니폼이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의 첫 걸음도 그렇게 될 듯. 물론, ‘트윈스맨’으로 최종 확정된 건 아니다. 11일부터 시작한 30일간의 개인 협상이 남아있다. 결렬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다. 그러나 ‘도전자’ 입장으로 눈을 낮춘 박병호와 공격력 강화에 목이 멘 미네소타를 고려하면, 순풍을 탈 것으로 여겨진다.
포스팅 금액도 궁금했지만, 가장 궁금했던 건 포스팅 구단이었다. 박병호가 ‘내년’ 메이저리그에서 뛰려면, (포스팅에서 이긴)한 구단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스팅 기회는 한 해에 한 번이다. 그리고 미네소타라고 밝혀졌다. 미네소타도 웃지만, 박병호도 웃는다.
↑ 박병호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구애를 받았다. 사진=MK스포츠 DB |
우선 팀이 그를 원한다. 미네소타는 공격력이 떨어진다. 올해 아메리칸리그(AL) 중부지구 2위(83승 79패)를 했지만, 타격의 팀은 아니었다. 팀 타율 2할4푼7리(AL 14위), OPS 7할4리(AL 13위)로 리그 내 바닥권이었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가운데 3할타자가 한 명도 없었다. 타선 보강은 미네소타의 과제였다.
그리고 그 동안 눈여겨봤던 박병호에 손을 내밀었다. 씀씀이가 아주 크지 않은 미네소타라는 걸 감안하면, 1285만달러의 투자는 꽤 과감했다. 그만큼 절실했다는 것이다. 미네소타는 공격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퍼즐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지름신’은 아니다. 오랫동안 박병호를 관찰하며 영입 후보로 결정했다.
박병호는 주 포지션이 1루수다. 3루수 겸임도 가능하다. 미네소타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AL 소속이다. 박병호가 뛸 수 있는 포지션은 1루수, 3루수, 그리고 지명타자. 그러나 최근 KBO리그에서 1루수를 줄곧 맡았던 걸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1루수와 지명타자다.
경쟁자는 세다. 당장 간판선수 조 마우어가 건재하다. 지난 2009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수상자인 마우어는 올해 미네소타에서 가장 많이 1루 베이스를 지킨 선수였다.
포수 마스크를 벗고 지난해부터 1루수 및 지명타자로 뛰고 있는데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올해 타율인 2할6푼5리로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최저다. 2009년 28홈런을 쳤으나 그 외 13홈런 이하일 정도로 거포가 아니다. 단, 2018년까지 장기계약을 한 프랜차이즈 스타의 ‘존재감’은 크다.
미네소타는 마우어의 수비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공산이 크다. 타격 뿐 아니라 안정된 1루수 수비를 펼치는 박병호는 좋은 대안이다.
마우어의 지명타자 이동은 미겔 사노에 영향을 끼친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사노는 지명타자로 나섰던 터라 박병호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첫 해 80경기 타율 2할6푼9리 18홈런 52타점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사노는 3루수를 맡을 수도 있지만 그 자리에는 트레버 플루프가 뛰고 있다. 플루프는 올해 22홈런 86타점으로 팀 내 타점 1위-홈런 2위를 기록했다.
박병호의 가세로 어느 포지션이나 ‘격전지’다. 교통정리가 불가피하다. 트레이드도 한 방안일 터.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하는 미네소타다. 어느 정도 구상은 되어 있는 듯.
‘야후스포츠’의 칼럼니스트 팀 브라운은 구단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사노가 외야수(우익수)로 포지션을 바꿀 것으로 예상했다. 박병호와 마우어가 1루수 및 지명타자를 나눠 맡는다는 것이다. 사노가 내야수 경험이 풍부하나 22세의 젊은 선수로 빠른 적응이 가능하다는 것. 우익수도 토리 헌터의 현역 은퇴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미네소타였다. 사노의 외야수 이동은 미네소타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그만큼 박병호에 대해 우호적이다. 미네소타는 박병호를 원하며 그 환경도 마련됐다. 마우어, 사노 등 경쟁자가 있지만 공존할 수 있다. 의외의 팀이다. 하지만 의외의 ‘케미’도 가능하다. 박병호와 미네소타는 꽤 ‘괜찮은’, 나아가 ‘이상적인’ 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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