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결국은 한 방이었다. 불운과 부진으로 얼룩진 한국 야구대표팀의 영웅은 태극마크를 달아도 변함없는 ‘빅보이’ 이대호(33)였다.
지독하게 답답했던 타선. 한국은 프리미어12 경기를 치른 국가 중 유일하게 득점이 없었다. 기다리던 시원한 한 방이 터졌다. 4번 타자 이대호의 극적인 역전 투런 홈런. 한국인 최초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던 일본시리즈에서도 ‘이대호의 투런’은 승리를 약속한 홈런이었다.
이대호는 11일 대만 타오위안구장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프리미어12) 조별리그 2차전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0-1로 끌려가던 7회초 1사 2루 찬스서 좌월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일본에 완패했던 한국을 위기에서 구하며 대회 첫 승을 이끈 결승 홈런이었다.
↑ 11일 대만 타오위안 야구장에서 "2015 WBSC 프리미어12" 대한민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의 B조 2차전 경기가 열렸다. 7회초 1사 2루. 이대호가 투런포를 날리고 있다. 사진(대만 타오위안)=천정환 기자 |
이대호는 대회 개막전이었던 일본전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신고하며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날 도미니카전에서도 첫 두 타석에서는 모두 선두타자로 나서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한국은 5회말 장원준이 아쉬운 수비 실책으로 선취점을 내줬다. 한국 타선도 침묵했다. 6회까지 단 1안타. 15이닝 연속 무득점 수모를 겪고 있었다.
0-1로 뒤진 7회초 1사 1루. 드디어 이대호 앞에 득점권 주자가 나갔다. 이대호는 바뀐 투수 미겔 페르민을 상대로 초구 볼을 기다린 뒤 2구째 구속 148㎞ 낮은 속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좌측 펜스를 넘기는 비거리 115m짜리 아치를 그렸다. 낮은 볼을 감각적인 스윙으로 넘긴 역전 결승 투런 홈런이었다.
약속의 투런 홈런이었다.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2차전과 5차전에서 선제 투런 홈런이 모두 결승 아치였다. 이대호의 투런 홈런이 터진 날은 어김없이 이기는 승리공식이 일본시리즈에 이어 프리미어12에서도 이어진 것.
이대호의 한 방 이후 답답했던 한국의 타선도 물꼬를 틀었다. 한국은 2-1로 앞선 8회초 1사 후 연속 6안타를 몰아치며 대량 5득점을 뽑아냈다. 7-1로 앞서는 마지막 타점도 이대호의 차지였다. 이대호는 훌리오 데폴라를 상대로 1사 3루서 깔끔한 좌전 적시타를 때려 쐐기를 박았다. 이대호는 멀티히트 이후 대주자 오재원과 교체됐다.
이대호는 이날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한국의 10-1 완승을 이끌었다. 한국은 11안타-10득점을 몰아치며 예선 전적 1승1패로 일본전 완패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꿨다.
왜 이대호가 대표팀의 4번 타자인지 그 존재와 가치를 입증한 결정적 한 방. 이대호 개인적으로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몰린 경기서 보여준 확실한 쇼케이스 무대였다.
↑ 11일 대만 타오위안 야구장에서 "2015 WBSC 프리미어12" 대한민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의 B조 2차전 경기가 열렸다. 7회초 1사 2루. 이대호가 투런포를 날리고 베이스러닝 하고 있다. 사진(대만 타오위안)=천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