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저도 보고 좀 놀랐어요.”
류현진(28·LA다저스)의 에이전트사인 보라스 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얼마 전 류현진의 SNS에 올라 온 동영상을 보고 자신도 놀랐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최근 재활 훈련 도중 데드리프트(바닥에 놓인 바벨을 잡고 팔을 구부리지 않은 자세로 엉덩이 높이까지 들어 올리는 운동)를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올렸다. 350파운드(약 158킬로그램) 무게의 바벨을 들면서 재활이 순조롭게 돼가고 있음을 알렸다.
그의 재활은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고, 앞으로는 어떻게 이어질까. 그동안 모아뒀던 궁금증을 한 아름 들고 류현진을 만나러 갔다. 인터뷰는 현지시간으로 10일 LA 시내 모처에서 진행됐다.
↑ 5주간 순조로운 캐치볼 훈련을 진행한 류현진은 복귀 의지를 불태웠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
아무리 못해도 5월에는 나올 것
“상황대로 된다면 4월에도 나올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조심스러웠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현재 상황에서는 나온 게 없다”면서도 마음속에서는 빠른 복귀를 자신하는 모습이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순조롭게 진행된 재활 과정에서 오는 자신감이었다.
“운동을 많이 한다는 것 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지금은 105피트(약 32미터) 거리까지 던졌는데 문제될 건 없었다.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매주 다르게 훈련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웨이트를 많이 하면서 (예전보다) 힘이 붙은 거 같다.”
류현진은 지난 10월 초부터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약 5주가량 캐치볼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며 서서히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재활을 사람의 인생에 비유하면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아직까지는 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
류현진은 이후 일정도 공개했다. 본격적인 투구 재개를 앞두고 두 차례 휴식을 가질 예정이다. 먼저 한국시간으로 오는 14일 입국, 3주간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미국으로 건너와 보름간 롱토스를 진행한다.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두 번째 휴식을 취한 뒤 재입국, 다시 한 번 본격적인 재활에 돌입할 예정이다. 마운드에 오르는 것도 이때다. 1월 중순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때는 LA가 아닌 애리조나에 있는 구단 스프링캠프 시설에서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태평양을 두 번이나 오가는 복잡한 일정이다. 그는 “6주 기본 훈련을 한 뒤 쉬어줘야 하는 시기가 있다. 지금이 그 타이밍이다. 롱토스 이후에도 바로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보다 회복한 뒤 올라가는 게 좋다고 한다”며 이 같은 이정을 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모두가 궁금해 하는 복귀 시기는 이후 스프링캠프 기간을 거쳐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머릿속은 이미 그때에 대한 계산까지 마친 상태였다.
“(이르면) 4월에도 될 수 있을 거 같다. 그거는 그때 가면 알 수 있을 것이다. 1월에 다시 던져 보고 괜찮으면 아무리 못해도 5월 안에는 던질 수 있을 거 같다.”
↑ 그라고 해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류현진은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
와일드카드?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앤드류 프리드먼 LA다저스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은 최근 단장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류현진에 대한 예상을 말했다.
그는 ‘LA타임즈’ 등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아직은 얼마나 기대할 수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 다음 몇 주, 다음 달이 되면 더 많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그를 “빅 와일드 카드”라고 표현했다. 불확실성과 기대감이 동시에 들어간 표현이었다.
이 말을 들은 류현진은 어떤 생각일까. 그는 옆에 있는 지인들에게 이 말의 의미를 묻더니 “좋은 말로 듣겠다”고 답했다. 자리에 있던 모두는 ‘건강하게 돌아왔을 때 팀에 큰 보탬이 될 선수’라는 표현으로 결론을 내렸다.
배짱하면 둘째가면 서러운 류현진이라고 불안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일 힘든 게 뭔지를 묻는 질문에 “운동이 힘든 것은 없다. 재활을 다 마치고 나서도 아프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든다”며 두려움을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는 밝은 빛을 봤다. 늘 하는 표현대로 “좋은 생각만 하고 있다.” 이런 기대감은 류현진의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갖고 있을 것이다. 다저스 주전 1루수 아드리안 곤잘레스도 최근 LA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가 아는 류현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그는 우리 팀의 스리 펀치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팀에 불어 닥친 변화의 바람이 두렵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다저스는 류현진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프런트가 교체됐고, 이번에는 감독이 바뀐다. 새로운 단장, 새로운 감독 밑에서 복귀 시즌을 치러야 하는 그는 “(새로운 이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다. 안 아프게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이 첫 번째, 내 공을 던지는 것이 두 번째”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를 알고 있는 모두가 건강한 복귀를 바라고 있는 상황. 부담되지 않을까. 그는 “어차피 수술하면 재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자신의 위치를 ‘쿨하게’ 받아들였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견뎌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복귀를 향한 그의 각오가 느껴졌다. 11월 LA의 밤바람은 추웠지만, 그의 의지는 난로처럼 뜨거웠다.
↑ 지난 2014년 9월 13일 샌프란시스코 원정. 이 경기는 지금까지 류현진의 마지막 정규시즌 등판으로 남아 있다. 모두가 아는 그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 류현진 자신의 목표고, 모두의 바람이다. 사진= MK스포츠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