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가 프랜차이즈 투수인 이동현(32)을 잡을 수 있을까. 15년 동안 LG만을 위해 헌신한 이동현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선 ‘대만족’이 필요하다.
2016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8일 2016년 FA 자격을 얻는 선수 총 24명의 명단을 공시했다. LG에서는 유일하게 베테랑 투수 이동현이 이름을 올렸다.
이동현이 누구인가. 2001년부터 잠실구장의 버팀목이 된 늘푸른 소나무였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근성과 투혼으로 LG의 마운드를 지키고 우뚝 서 있었다.
↑ LG 트윈스 베테랑 투수 이동현이 프로 데뷔 이후 첫 FA 자격을 얻는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동현은 LG 불펜의 상징적인 존재다. 특히 2013년부터 3년 연속 6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16승9패 59홀드 7세이브를 기록했다. 팀이 위기에 빠지면 수호신 역할까지 도맡았다. 이동현은 LG에서만 개인 통산 569경기 775이닝 44승37패 99세이브 32세이브 평균자책점 3.79의 성적을 올렸다.
이동현의 존재 가치에 비해 그는 늘 연봉 앞에서는 초라했다. 지난 2013년 연봉 8500만원에서 지난해 1억7500만원으로 처음 억대 연봉에 진입한 뒤 올해 연봉 3억원을 받았다. 최근 2년간 인상폭은 컸으나 그동안 그의 활약상을 따지면 충분한 보상 수준은 아니었다. 불펜 투수라는 보직 특성상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고, LG에서 내세운 신연봉제의 피해자였다.
LG가 이동현을 잡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문제는 이동현이 느끼는 만족감이다. 선택은 이동현이 한다.
일단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그가 헌신한 대가의 가치 책정이다. 이번이 이동현의 첫 FA라는 것도 무게를 둬야 한다.
이동현은 올해 투수조장을 맡으면서 걱정이 많았다. 예비 FA였기 때문에 집중을 해야 하는 시즌이었는데, 투수조장까지 처음 맡아 신경 쓸 일이 많았고 책임감도 컸다.
결과적으로 LG의 팀 성적은 9위로 추락한 채 끝났다. 이동현도 60경기에서 59⅓이닝을 소화하며 5승5패 11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4.40으로 마무리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진 못했다. 하지만 이동현은 마무리 봉중근이 시즌 초반 부진을 메웠고, 시즌 도중 정찬헌의 음주운전 파문과 막판 봉중근의 선발 전환까지 겹치며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 질 수밖에 없었다.
내년 LG 마운드에서 이동현의 존재 가치도 따져봐야 한다. LG는 젊은 유망주들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심을 잡아줄 불펜은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봉중근이 선발 전환을 하면서 뒷문이 헐거워졌다. 이동현이 떠나면 불펜의 중심은 없는 셈이다.
양상문 LG 감독도 두터운 신뢰를 배경으로 이동현의 잔류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현을 원하는 구단은 LG만이 아니다.
LG를 제외한 다른 팀에서도 이동현에게 군침을 흘릴 곳은 많다. 이미 검증된 베테랑 우완 투수다. 최근 KBO리그에는 확실한 우완 셋업맨이 부족하다. 마운드 밖의 생활에서도 모범적이기 때문에 플러스 효과는 크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딱 뺏기기 쉽다.
그동안 이동현은 이맘때가 되면 늘 서운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스프링캠프를 준비했다. 올해 초 시즌을 준비하던 이동현은 “난 LG에 뼈를 묻어야 하는 운명이다. 하지만 LG 구단에서 생각하는 나에 대한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솔직히 모르겠다”면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동현의 말을 조금 더 깊게 곱씹어보면 애매한 한 마디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LG에 영원히 남고 싶은데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구단이라면 어쩔 수 없이 떠날 수도 있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상 말 못한 이동현의 진심이다.
이동현은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LG와 협상을 벌이고 계약을 해야 한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2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원 소속구단인 LG를 제외한 타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
과연 LG 구단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을까. 이동현에게 LG라는 타이틀의 만족이 아닌 ‘대만족’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웃으며 남는다.
↑ LG 구단은 15년간 줄곧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헌신한 이동현에게 어떤 만족감을 안길 수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