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이상철 기자] 운명이 뒤바뀌는 건 채 한 시간도 안 걸렸다. 3점 차 역전, 그것도 9회 마지막 반격에서 뒤집었다. 포기를 모르고 최선을 다해 이뤄낸 기적의 승리였다. 도쿄돔은 물론 열도는 초상집 분위기.
한국은 많은 걸 가져갔다. 가장 먼저 2015 WBSC 프리미어12(이하 프리미어12) 결승에 올랐다. 일본이 갖은 수를 써서라도 이루려던 우승을 품에 안을 수 있는 건 한국이 됐다. 확률 50%.
그리고 일본의 콧대를 꺾었다. 프리미어12는 파행적인 운영으로 논란이 됐다. 특정 국가를 위한 납득하기 어려운 ‘비상식’이었다. 그 한 축인 일본을 실력과 정신력으로 눌렀다. 지난 8일 삿포로돔의 개막전 완패도 함께 설욕했다. 적어도 이날 남부러울 게 없는 하루였다.
다만 한 가지는 부러웠을지 모른다. 승자는 한국이었지만, 또 하나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패자의 에이스였다. 오오타니 쇼헤이(닛폰햄)가 펼친 괴물투는 모두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7이닝 동안 탈삼진 11개를 잡으며 무실점. 6회까지 사구 1개만 내준 노히트였다. 속구, 포크볼,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오오타니는 절묘한 볼 배합과 엄청난 구위로 한국 타선을 윽박질렀다. 11일 전보다 더욱 대단했다.
↑ 오오타니 쇼헤이는 ‘진짜 괴물’이었다. 프리미어12에서 일본은 가라앉았으나 오오타니만은 아주 높이 솟구쳤다. 마에다 겐타와 더불어 주가 폭등이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
“오오타니가 얼마나 대단한 투수인지는 누구보다 당신들(일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언제 올 수 있나. 세계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메이저리그에서 20승은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찬사가 쏟아졌다.
오오타니는 ‘정말’ 대단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투구 패턴, 알고도 속는 포크볼, 눈에 보이나 칠 수 없는 속구. 완벽에 가까웠다. 약점이라는 게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 한국은 몇 가지 작전을 짜고 오오타니와 다시 만났으나 ‘위대한 투수’ 앞에 무의미였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특정 선수에 이렇게까지 무력했던 적이 없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오오타니는 프리미어12서 한국전에만 두 차례 나가 13이닝 3피안타 3사사구 21탈삼진 무실점의 괴력을 선보였다.
혹자는 오오타니에 대해 큰 대회에 약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징크스마저 깨졌다. 이번 대회서 그는 ‘무적’이었다. 오오타니의 국제무대 경쟁력은 ‘실패’한 일본이 거둔 큰 소득이다. 반면, 우여곡절 많은 한국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마운드는 ‘완벽 계투’로 업그레이드 됐다. 다만 에이스의 부재는 크다. 장원준(두산), 이대은(지바 롯데)이 제 몫을 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에이스의 존재감이 부족하다. 그리고 무적의 에이스, 그 위력을 실감했다.
무엇보다 오오타니는 프로 3년차다. 하지만 초고교급으로 평가 받았던 투수는 벌써 NPB리그 최고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게 일본 야구팬과 NPB리그의 행복이다. 오오타니는 밝은 현재이자 더 밝을 미래이다.
KBO리그를 돌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