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이상철 기자] “프리미어12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비교불가다.” 프리미어12에 대한 한 야구 관계자의 생각이다. 그는 솔직한 표현으로 “급이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오락가락인 데다 비상식적인 대회 운영도 ‘엉망진창’이나 대회 수준 자체가 떨어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40인 로스터 포함 선수의 프리미어12 참가를 막으면서 ‘이류대회’로 전락했다. 국제대회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경쟁력이 약했다. WBC가 세계 최고 수준의 월드컵이라면, 프리미어12가 올림픽(축구는 와일드카드 3명을 빼고 23세 이하의 연령 제한이 있다)이라는 것이다.
↑ 말 많고 탈 많은 프리미어12이었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한국은 드라마틱한 승부를 펼치며 또 한 번의 감동과 행복을 선사했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한국도 그랬다. 주요 선수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빠지면서 맥이 빠졌다. 오히려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에 관심이 쏠릴 따름이었다. 프리미어12는 후순위였다. 지난 4일과 5일 쿠바와 두 차례 평가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척 스카이돔 개장 기념 경기로 치러졌으나 관중은 1만명을 가까스로 넘길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모든 게 바뀌었다. 프리미어12는 2015년 한국야구를 정리하는데 가장 뜨거운 늦가을을 만들고 있다. 지난 8일 일본과 개막전부터 21일 미국과 결승전까지, 14일 동안 이 무심했고 무지했던 대회로 인해 그토록 열광했다.
무엇보다 김인식호가 펼친 기적의 야구가 컸다. 사실 외부의 평가가 호의적이지 않았으나 내부의 기대 또한 크지 않았다. 전력이 약해졌다는 건 선수단 뿐 아니라 팬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기대 이상으로 잘 했다. 놀라웠다. 승승장구. 무엇보다 바닥을 치고 하나씩 올라갔다. 지난 19일 일본야구의 성지인 도쿄돔에서 콧대 높은 일본을 꺾었다. 믿기지 않는 역전승으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점점 단단해지며 강해졌다. 한국은 약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들을 향한 기대와 응원은 2배, 3배, 그 이상으로 커졌다. 그리고 어느새 ‘일심동체’가 됐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아쉬워했다. 때론 불의에 함께 맞서기도 했다.
프리미어12는 이번에 창설된 대회다. 이제부터 ‘족보를 만드는’ 대회다. 다들 결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우승은커녕 예선 통과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였다.
↑ 말 많고 탈 많은 프리미어12이었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한국은 드라마틱한 승부를 펼치며 또 한 번의 감동과 행복을 선사했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
2주 전만 해도 무심했던 대회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김인식호의 기적 야구와 함께 행복했던 대회다. 오랜만에, 아니 이렇게까지 가슴 찡한 대회는 경험하지 못했을 터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