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정근우와 이대호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순간은 많은 야구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런데 이날 경기 중 그보다 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 장면이 있었다. 정대현(37·롯데)이 조상우(21·넥센)에게 9회 마운드를 넘겨주는 모습이었다. 과거 전설의 영광스런 퇴장과 새로운 태극마크 주역이 서로 바통을 교환하는 순간은 경기를 보는 야구팬들의 코 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한국은 21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치러진 2015 WBSC 프리미어12(이하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미국을 8-0으로 대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랭킹 1위부터 12위까지 자웅을 겨룬 초대 야구 국가대항전의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7년 만에 국제무대 정상에 오른 한국은 여러 부분에서 많은 의미를 남겼다.
↑ 조상우(왼쪽)가 지난 결승전 9회말에 등판해 한국의 우승 순간 마운드를 지켰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
이날 선발투수 김광현이 물러난 뒤 마운드에 오른 임창민은 탈삼진 2개를 곁들이며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는데 성공한다. 이어 차우찬이 등판했다. 한국 불펜진의 핵심 전력인 차우찬은 이번 대회를 차우찬 시리즈로 만들었다. 일본과의 준결승전 2⅔이닝 역투에 이어 이날도 1⅓이닝 동안 안정된 피칭을 보여줬다. 두 사람으로도 충분히 풍족했던 불펜. 그런데 더 큰 감동의 순간은 8,9회에 찾아왔다.
↑ 15년 이상 국가대표로 한국야구사에 굵직굵직한 순간을 함께한 정대현(사진)도 이날 등판해 무실점 피칭을 거뒀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
김인식 감독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는 바. 베테랑의 아름다운 퇴장과 젊은피의 화려한 등장. 과거와 현재 15년을 함께한 정대현과 앞으로 15년 한국 마운드를 책임질 조상우의 합작은 이번 대회 한국의 가장 큰 소득을 눈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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