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황재균(롯데)이 26일 메이저리거를 꿈꾸며 그 문을 두들긴다. 무모할지 모른다. 불과 이틀 전 팀 동료인 손아섭의 ‘충격적인’ 결과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도전한다’는 마음은 변치 않았다.
황재균은 지난 24일 손아섭의 포스팅 실패 소식을 접했다. 응찰한 메어저리그 구단이 한 곳도 없었다. 예상 외였다. 구단도 놀랐으며, 야구팬도 놀랐다. 하지만 누구보다 충격이 컸을 건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손아섭일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서 준비 중인 황재균이다.
손아섭과 황재균은 큰 차이가 없다. 포지션(우익수-3루수)이나 타격, 선구안, 파워, 스피드 등 개인 기량 등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은 앞서 포스팅 과정을 거친 박병호(넥센)와 차이가 있다.
↑ ‘자, 이제 형 차례야.’ 손아섭(왼쪽)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1년 뒤로 미뤄졌다. 이제 황재균(16번)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사진=MK스포츠 DB |
손아섭의 ‘첫’ 포스팅이 ‘실패’로 끝난 게 전혀 뜻밖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황재균도 다르지 않다고. 손아섭의 사례를 고려했을 때, 황재균도 꿈보다 현실을 택하는 게 나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손아섭의 무응찰 소식을 듣고도 포스팅 신청 의사를 피력했으며, 26일 정식 절차를 진행한다.
손아섭의 포스팅 좌절 후 인터넷 여론은 따뜻하지 못했다. 매우 차가웠다. 비난과 조롱 섞인 말들이 꽤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냉혹한 현실과 준비 부족 속에 높은 벽을 절감해야 한다면서 자존심이 구겨지면서 창피를 당했다는 것이다. 아예 우스꽝스런 별명을 만들고 선수를 깎아내리는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누구보다 자존심이 상하고 상처를 받은 건 선수다. 그리고 누구보다 현실을 깨닫고 있는 것도 선수다. 시쳇말로 ‘도박’이다. 잘 알고 있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걸. 그렇지만 그 도전을 해보고 싶은 게 선수의 마음이자 꿈이다.
황재균 앞에도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결코 평탄한 길이 아닐 것이다.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 발자국을 내딛는다. 처음 마음먹었던 도전정신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는 분명 높이 평가돼야 하며 폄하돼선 안 된다.
큰 무대에 누구나 갈 수 없겠지만 누구나 못 갈 수도 없다. 국내 잔류 시 안정된 삶이 기다리고 있다. 황재균은 1년 후, 손아섭은 2년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다. 돈벼락을 맞을 수 있다. 그렇지만 명예와 부보다 꿈을 택한 이들이다. 자존심을 운운하며 발을 빼지도 않았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는 수많은 선수가 있다. 몇몇은 그 꿈을 이뤘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 하지만 공통된 건 ‘도전한다’는 마음이다. 부딪혀보겠다는 것이다. 확률이 낮을지언정, 기회가 있다면 도전하고 싶은 것이다.
창피할 수 있다. 기대에 한참 못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다 감수하고 있다. 그렇게 ‘멋진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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