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이 감격의 초대 챔프에 오른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일본과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세 가지 놀라운 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오오타니 쇼헤이의 ‘괴물투’였고, 두 번째는 일본의 대부분 투수들이 구속 150km를 거뜬히 넘고 있다는 것이었으며, 세 번째는 야수들의 몸이 10여년전과 다르게 매우 커지고 강해졌다는 것이다. 예전에 가까이서 만나 본 일본 타자들은 파워와는 거리감이 있는 마른 선수들이 많았으나, 이번 대회에서 만난 일본 선수들은 신체적 조건이 매우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
10년 전에 오키나와에서 만난 한 일본인 인스트럭터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의 기술과 한국의 체력을 합칠 수만 있다면 메이저리그와 상대해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야구 선수들을 일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강점이 있을지 궁금해서 이대호(33·소프트뱅크)와 트레이닝 파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프리미어12’ 대표팀의 조대현 트레이너(NC)가 경기전 이대호의 오른 손바닥에 테이핑을 하고 있는 모습. 이대호는 일본시리즈에서 오른 손바닥을 다쳤지만,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의 4번타자로 맹활약을 했다. 사진=김병곤 트레이너 제공 |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일본의 경우에는 투수를 훈련시키는 트레이너와, 야수를 훈련시키는 트레이너가 구분 돼있어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돌볼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일본은 트레이닝 파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선수들의 훈련 참여도, 적극성, 컨디션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자료를 작성하여 코칭스태프에게 보내면 코칭스태프는 이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참고하여 규칙적인 트레이닝을 몸에 익히는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반면 한국은 한 명의 트레이닝 전문가가 20여명의 선수들을 돌보고 있으며, 코칭스태프도 트레이닝 파트의 전문성을 인정하기 보다는 훈련 형태를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형태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트레이닝 파트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지 않게 되면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 수 있다.
이대호는 한국의 트레이닝 파트의 두 가지 아쉬운 점을 이야기했는데, 첫 번째는 트레이너의 숫자가 부족해서 세심한 관리가 아쉬운 점이고, 두 번째는 트레이닝 파트와 치료 및 재활 파트의 업무 분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전문적인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에 비해 한국의 트레이너들이 적은 수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에 열정을 가지고 일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앞으로 KBO와 각 구단의 투자가 뒷받침 된다면 선수들의 부상 예방과 체력 강화가 조금 더 잘 이루어져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일본을 이기고 우승을 한 것이 매우 기쁘기는 하지만, 잘 성장한 일본의 특급 에이스들은 조금 부러웠다. 야구에 몸담고 있는 많은 관계자들이 앞으로 더 많이 해야 할 일들을 확인한 것 같다. (김병곤 스포사피트니스 대표/‘프리미어12’ 대표팀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