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가 리빌딩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아주 독한 칼이다. 캡틴 완장을 찼던 간판선수도 개의치 않았다. 새로운 팀으로 재도약을 위해 과감히 베겠다는 각오로 꺼냈다. 이제 결과로 납득시켜야 한다.
지난 27일 열린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이진영이 제외됐고, kt 위즈에서 1순위로 헐값에 대어를 낚았다. 이진영은 연봉 6억원을 받는 스타플레이어다. 개인 통산 17시즌 동안 타율 3할3리를 기록했다. 올해 LG의 주장이었고, 팀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LG는 이진영을 시장에 내놓고 1라운드 보상금 3억원을 챙겼다.
LG 구단의 설명은 구단과 선수, 서로를 위한 배려였다. LG는 “새로운 팀 컬러를 만들기 위해 마음 아픈 선택을 해야 했고, 내년 FA를 위해 풀타임 출전을 할 수 있는 팀으로 선수를 보내는 것이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 LG 트윈스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두 캡틴 이병규(9번)와 이진영.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이진영은 kt 위즈로 떠났다. 사진=MK스포츠 DB |
이진영이 받은 상처는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진영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섭섭하기도 하고 할 말도 많지만, 7년간 좋은 추억만 간직하고 조용히 떠나고 싶다”고 애써 위로했다.
하지만 이진영이 떠난 뒤 선수단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LG 팬들 역시 올 시즌 잠시 부진했던 이진영을 버리듯 내보낸 것에 대해 당혹감을 넘어 공분하고 있다.
양상문 LG 감독은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뒤 이진영이 kt 유니폼을 입은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양 감독은 “예상된 결과이기 때문에 이겨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은 아깝지 않은 선수가 없다. 하지만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베테랑 선수들의 사실상 정리해고를 선수단 내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프랜차이즈스타인 이병규(9번)를 향한 입지와 대우는 더 이상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투수 이동현도 첫 FA 협상테이블이 순탄치 않다. 선수들이 구단에 뼈를 묻기 위해 바라봐야 할 구단의 베테랑에 대한 존중의 개념은 사라지고 있다.
올 시즌 직후 팀 내 수석코치가 사표를 던지고 다른 팀으로 떠나는 등 코칭스태프에서도 균열이 생긴 팀이다. 암흑기를 청산한 LG는 2년의 가을야구를 끝으로 창단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그 어느 팀보다 단단하게 뭉쳐야 다시 암흑기로 돌아가지 않는다.
LG는 “모든 것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라고 말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LG는 양 감독 부임 이후 대놓고 리빌딩을 시도하는 과정이다. 그 사이 출혈도 컸다. 올 시즌 도중 만년 기대주였던 정의윤도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보냈다. SK는 정의윤 효과를 톡톡히 보며 포스트시즌 막차에 탑승했다.
팀의 획기적인 변화 필요성
지금의 선택은 당장 평가가 불가능하다. 그 평가에 대한 정답은 LG의 2016년 성적표에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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