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이승엽(39·삼성)이 위대한 원클럽맨으로 남았다.
삼성은 28일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승엽과 계약 기간 2년 총액 36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세부내용은 계약금 16억원, 연봉 10억원의 조건이다. 이로써 이승엽은 신축구장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시대까지 삼성과 함께하는 동시에 향후 2년 더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동시에 이는 특히 의미 있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프로야구 역사에 수많은 위대한 선수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선수생활 마지막은 아름답지 못했다. 수많은 레전드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팀을 옮기거나 원치 않은 시기에 은퇴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단지 한 구단에서 선수생활을 마쳤다는 의미에서가 아닌 모두의 존경을 받고 인정을 받는 진정한 의미의 ‘원클럽맨’은 탄생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승엽 역시 일본리그에서 뛴 것을 고려하면 순수한 ‘원클럽맨’은 아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불혹이 넘는 나이까지 한 팀의 유니폼만을 입고 이토록 많은 존경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게 된 선수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 이승엽이 삼성 라이온즈 원클럽맨으로 남았다. 사진=MK스포츠 DB |
실제로 이승엽은 선수은퇴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2년 정도의 기한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곤 했다. 변수가 생길 수 있지만 현재로선 이승엽이 삼성의 유니폼을 입고 은퇴할 것은 거의 확정적이다.
이승엽이 계약을 맺은 규모도 파격적이다. 삼성은 올 시즌 불혹의 나이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발휘한 이승엽의 자존심을 제대로 세워줬다. 이승엽은 “36이란 숫자는 내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데 유니폼넘버와 같은 금액에 FA 계약을 마치게 돼 정말 영광스럽다”면서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 2년간 후회 없이, 온 힘을 발휘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을 상징하는 숫자인 ‘36’에 계약 총액을 맞추면서 선수에게도 또 한 번 의미 있는 선물을 안겼다. 기량적으로나 상징적인 의미에서나 삼성의 자존심과 같은 선수이기에 섭섭하지 않은 대우를 통해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줬다.
이승엽도 이에 다시 의미 있는 선택으로 화답했다. 이승엽은 “꿈나무 야구선수 육성을 위한 재단 설립 자금으로 3억원을 쓸 계획이다”며 “내년부터 준비에 들어가고, 은퇴 후에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될 것 같다”며 ‘이승엽 재단’을 통해 야구로 받은 것들을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승엽은 그간 종종 한국야구가‘베테랑’의 의미를 재고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그 선수들이 단지 나이로만 모든것이 평가되는 것이 아닌 실제 경쟁력을 통해 평가받기를 바라는 마음. 그 속에는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그리고 이승엽은 성실하고 눈부신 활약을 통해 그 끝을 아름답게 맺었다. 그렇기에 더욱 ‘위대하고’ 또한 ‘귀한’ 이승엽의 FA 계약이었다.
↑ 사진=MK스포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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