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3라운드가 시작해서야 오랫동안 잊고 있던 웃음을 되찾았다. 사실상 올 시즌 처음으로 가장 이상적인 승리를 거뒀다. 세터 권영민부터 ‘쌍포’ 네맥 마틴과 김요한, 그리고 센터진 이수황과 김민규까지. 모두가 제몫을 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의 원정 경기서 세트 스코어 3-1(25-23 25-21 22-25 25-20)로 승리했다. 2연승을 달린 KB손해보험은 시즌 3승 11패(승점 8)를 기록했다. 순위는 여전히 최하위다.
V리그 출범 후 최악의 출발을 보인 KB손해보험이다. 1라운드에서 1승 1패를 기록 후 2라운드가 끝난 때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10연패는 이미 팀 역대 최다 연패 기록(7연패)을 훌쩍 넘은 수치였다. 어느 한 부분 만족스러운 부분이 없었다. 추락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 KB손해보험 선수단 사진=김재현 기자 |
하지만 반전의 계기가 찾아왔다. 마이클 산체스가 부상으로 빠진 대한항공과의 대결이 기회였다. KB손해보험은 지난 대한항공전에서 마틴이 19득점을 하는 활약에 힘입어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거뒀다. 사실 내용을 본다면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래도 길고 길었던 10연패를 끊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었다.
최근 3연승의 상승세였던 한국전력과의 대결이 진정한 시험대였다. 상대 외국인 선수 얀 스토크의 컨디션도 괜찮았다. 하지만 더 이상 시즌 초반의 KB손해보험이 아니었다. 1세트부터 세터 권영민이 센터진 이수황과 김민규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경기 전 높이가 낮은 KB손해보험의 센터진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중앙을 집중 공략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가자 오히려 김민규과 이수황의 속공이 연이어 터지면서 한국전력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3세트부터는 또 다시 공격 루트가 달라졌다. 권영민은 경기 초반 속공 공격 패턴을 역이용해 이번에는 마틴에 집중적으로 공을 투입했다. 마틴은 시즌 초와 다른 모습으로 상대 코트를 뒤흔들었다. 권영민과의 호흡도 예전과 다르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국 승리는 전 포지션이 골고루 활약한 KB손해보험의 몫이었다.
↑ KB손해보험 선수단 사진=김재현 기자 |
승리의 일등 공신인 권영민도 그간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권영민은 “시즌 초반 마틴과 호흡이 안 맞다 보니 서로에게 짜증이 났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연패를 하는 동안 계속 맞추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연패 기간에도 지속적인 격려를 해준 게 큰 힘이 됐다. 그래서 더 죄송했고 마틴에게 더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깜짝 활약한 김민규도 수줍은 승리 소감을 전했다. 김민규는 “연습 전 영민이 형과 호흡이 잘 맞았는데 경기에서도 잘 됐다. 욕심내는 것보다는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하현용의 부상이) 개인적으로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3라운드 시작을 웃음과 함께 시작했다. 그 웃음은 다음 경기까지 이어졌다. KB손해보험의 톱니바퀴가 드디어 맞물리기 시작했다. 반격의 서막이 열렸다.
[forevertoss@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