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진수 기자] 다사다난, 이 말이 딱 어울리는 2015년 프로야구다. 1982년 출범 이래 사상 첫 10구단 시대를 열었으며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하지만 부끄럽고 시끄러웠던 일도 많았다.
‘MK스포츠’는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2015년 프로야구의 이슈를 숫자로 정리한다. 올 한 해가 남은 날짜만큼 풀어간다. 12월 5일은 2015년의 남은 27번째 날이다. 27에 관한 이슈를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 로저스는 2015시즌 프로야구 후반기의 최고 이슈 중 하나였다. 사진=MK스포츠 DB |
27 : 27개의 아웃카운트, 최다 완투의 주인공 로저스
프로야구에서 한 경기를 끝내기 위해서는 아웃카운트 27개가 필요하다. 한 경기에서 투수 한 명이 홀로 아웃카운트 27개를 잡는 것은 완투라고 부른다. 올 시즌 가장 많은 완투를 펼친 선수가 있다. 올 시즌 10경기를 뛰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중 완투가 네 번이다. 이중 완봉승은 세 차례에 이른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30)의 이야기다.
지난 8월 1일 부상으로 방출된 쉐인 유먼의 대체 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로저스는 입단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 현역 출신이라는 것에 가장 먼저 관심의 눈이 쏠렸다. 동시에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받은 70만 달러라는 연봉은 ‘오버페이’ 논란을 일으켰다.
아무리 많이 나선다 해도 등판할 수 있는 경기는 고작 10경기 내외. 그러나 로저스는 잇따라 완투쇼를 펼치면서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그는 입단 후 첫 등판이었던 8월6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 9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아내면서 3피안타 1실점, 완투승을 거두면서 강렬한 KBO리그 신고식을 치렀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 등판이었던 8월 11일 수원 kt 위즈전에서는 또 다시 9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아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점이 없었다. 완봉승이었다.
올해로 34년째를 맞이하는 KBO리그에서 데뷔 후 두 경기 완투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최고 시속 150km가 넘는 속구에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커브를 주로 구사하면서 호투를 펼친 로저스는 단숨에 ‘지저스’라는 호칭을 얻으면서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놀라기는 이르렀다. 그 다음 등판 경기에서 7⅓이닝을 던지면서 한 템포 쉰 로저스는 또 다시 괴력을 선보였다. 그는 8월22일 광주 KIA타이거즈전에서는 투구 수 123개의 역투 속에 9이닝 5피안타 10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입단 후 4경기에서 3경기 완투를 해낸 것이다. 로저스에게 아웃카운트 27개를 잡는 것은 어느 새 당연한 이야기가 돼버렸다. 대전구장이 들썩거렸다. 로저스가 완투를 몇 차례 더 이상할지가 새로운 관심이었다.
로저스는 이후 등판에서도 연거푸 8이닝 이상씩 소화하는 등 완투에 근접하면서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갔다. 결국 9월25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9이닝 5피안타 1볼넷 7삼진 완투를 해내면서 시즌 세 번째 완봉승을 작성했다.
후반기부터 등판했음에도 로저스는 네 번의 완투를 기록해 윤성환(삼성), 크리스 옥스프링(kt·이상 3번)을 제치고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세 차례의 완봉승은 단연 1위다.
로저스의 올 시즌 성적은 6승2패 평균자책점 2.97. 자신의 올린 승수의 절반을 완봉승으로 해냈다. ‘지저스’ 로저스의 활약은 내년에도 볼 수 있다.
올 시즌을 마치고 라쿠텐 골든 이글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 일본 프로야구에서 로저스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한화는 로저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재계약에 성공했다.
한화는 지난 2일 “로저스와 총액 190만 달러(계약금 20만달러, 연봉 170만달러)에 재계약 했다”고 발표했다. 이마저도 최고다. 그는 역대 외국인 선수 몸값 최고액 기록을 세웠다.
↑ 로저스는 후반기에만 나서 완투 4차례, 완봉 3차례를 펼치면서 "지저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진=MK스포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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