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한국 여자축구 에이스 지소연(24)은 늘 새로운 무대에 갈증을 느꼈다.
2014년 첼시레이디스(이하 첼시) 입단으로 한국 여자축구 사상 처음으로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한 뒤 2시즌 동안 리그 내 최고의 활약을 하면서도 시선을 런던 안에만 두지 않았다. 한국나이 스물다섯, 도전을 멈추기엔 너무 이른 나이이기 때문이다.
일본 생활 3년, 잉글랜드 생활 2년. 한 발 더 위로 올라가고자 했다. 국내에서 휴식 중인 지소연은 엠마 혜이스 첼시 감독에게 문자 한 통을 넣었다.
‘저 미국 진출하고 싶습니다.’
미국내셔널워먼스사커리그(NWSL) 소속 시애틀FC와 포틀랜드FC에서 영입 제안이 온 상황이었다. 두 구단은 지소연을 디스커버리 선수로 지정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지소연은 “솔직히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미국 리그에는 훌륭한 선수들이 뛴다”고 털어놨다.
↑ 지난 14일 MBN여성스포츠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지소연. 첼시 재계약까지 겹경사를 맞았다. 사진(서울)=곽혜미 기자 |
첼시에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부랴부랴 지소연에게 연락했다. 당연히 1+1 계약에서 1년 옵션을 사용하거나, 연장 계약을 맺거나, 어쨌든 첼시에 남으리라 여겼다.
엠마 감독은 지소연에게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너의 의견은 존중해. 하지만 너는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야. 꼭 팀에 남아줬으면 좋겠다.’
팀 동료이자 절친한 애니 알루코도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미국에 가봐서 알아. 미국? 좋은 나라지. 도시도 좋고. 그런데 영국 리그도 많이 좋아졌어. 지, 남았으면 좋겠다.’
“엠마 감독님과 친구들이 나를 신뢰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는 지소연은 지난 18일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흔들리다가 결정했다. 2년 뒤에도 26세밖에 되지 않는다. 그때 도전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 지소연이 첼시와 2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대우는 문자 그대로 파격적이다. 사진=첼시레이디스 SNS |
물론 감정으로만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다. ‘에이스’에 걸맞은 대우를 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소연은 “구단에서 요구 사항을 다 들어주려고 했다. 솔직히 조건이 엄청 좋다. 2년 동안 열심히 한 만큼 받은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연봉은 종전 계약 때의 액수를 훌쩍 웃돌아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가 정한 연봉 상한선까지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소연은 자세한 액수를 밝히는 것을 꺼렸다. 허나 구단에서 내년 개인 차량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귀띔했다. “원하는 차종이 있어 말해놓은 상태인데, 무슨 차를 줄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지소연은 사인한 이상 향후 2년 첼시를 위해 헌신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2년 좋은 모습을 보였고, 팀도 결과를 냈다. 팀이 앞으로 더 투자한다고 한다. 몇몇 선수를 더 데려오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 지소연은 지난 18일 재계약 체결을 결심했다. 그는 "흔들리다가 결정했다. 2년 뒤에도 26세밖에 되지 않는다. 그때 도전해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진(이천)=옥영화 기자 |
지소연은 2014시즌 WSL 올해의 선수상, 2015시즌 첼시의 리그 및 FA컵 우승을 이끌며 잉글랜드 안에서 이룰 건 거의 다 이뤘다. 남은 목표는 FIFA발롱도르 수상과 챔피언스리그, 월드컵에서 최상의 성적을 내는 것이다.
[yoonjinma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