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가느냐, 마느냐. 지난 7월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김정환(18, 당시 신갈고)은 두 번째 카드를 집었다.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영입 제안을 뿌리치고 국내 무대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신갈고 3학년이던 그는 국내 잔류를 결정하고는 “수도권에 있는 한 대학으로 진학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대학 무대를 1~2년 누비고 K리그든, 해외 진출이든 프로로 진출할 생각이었다.
최종적으로 그는 당시 옵션에 없던 세 번째 카드를 집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K리그 직행’이다. U-18 대표팀 동료 임민혁(18)을 비롯 김주영(18), 정예찬(18), 이민규(23) 등과 FC서울에 자유계약 선수로 입단했다.
↑ FC서울이 U-18 대표팀 주력 김정환(오른쪽)과 임민혁을 동시에 영입했다. 사진(서울)=정일구 기자 |
지난 14일 K리그 신인선수 교육 행사에서 만난 김정환은 “마음이 바뀌었다. 바로 프로에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서울에 입단하게 되어 좋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안도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변심 이유부터 물었다. 내년 부활하는 R리그 제도 때문이라고 답했다. “프로로 바로 가면 경기를 못 뛸 것 같았다. 그런데 2군 리그 제도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단에서 고3 선수를 이렇게 많이 뽑는 것은 아마 처음일 것 같다”고 했다.
누구나 꿈꾸는 유럽 진출. 그중에서도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아틀레티코의 제안을 뿌리친 결정에 후회는 없을까.
↑ 김정환은 지난 5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JS컵에서 활약했다.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
“후회는 안 한다. 어릴 때 나갔으면 모르는데 애매한 나이에 나가면 적응도 못 하고 힘들었을 것 같다”는 김정환은, “K리그와 U-20 월드컵이 목표다. 목표대로 열심히 하다 보면 나중에 (아틀레티코)2군이 아닌 1군에서 오퍼가 들어올 수 있다”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김정환은 드리블, 패스, 슈팅과 같이 측면 미드필더가 지녀야 할 다양한 장기를 지녔다. 이 능력을 바탕으로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U-18팀 주력으로 활약 중이다. 또래 중 실력이 으뜸이란 얘기이고, 권창훈(21, 수원)에 이어 고교 졸업 후 빠르게 자리 잡을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 김정환은 김보경, 석현준 등을 배출한 신갈고 출신이다. 사진(수원)=천정환 기자 |
스스로 진단 내린 경쟁력은 ‘더 노력하세요’다. “파주에서 FC안양과 연습경기를 한 적이 있다.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저보다 훨씬 좋아보였다. 상암에서 뛰기 위해선 피지컬 등 변수를 극복해야 한다. 2016년은 적응과 발전하는 해로 만들고
자신은 있단다. 고교 시절 그의 별명은 ‘악바리’였다. 근성은 프로의 성공 요소 중 하나다. 김정환은 “이태엽 신갈고 감독님이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프로에서도 버틸 수 있는 놈’이라고 말씀하셨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해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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