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 정초. 식상한 해맞이에 질리신 분들을 위해 한국에 있는 해외 관광청의 ‘홍보걸’이 찍어주는 일출 명당을 소개한다. 대한민국 6000만 잠재 여행객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원숭이 해 일출 명당. 이름하여 투어월드와 관광청이 해외 꼽은 ‘일출 명당’ 버킷 리스트다. 매경 독자들끼리만 공유하고 다녀오시길. 소문나면 붐비니까.
↑ 해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피지 해변 <피지관광청/사진촬영=김진석 작가> |
피지 관광청 박지영 한국 지사장이 꼽은 일출 명당. 기막힌다. 딱 25㎝ 간격. 가벼운 점프 한 번에 어제와 오늘을 넘나들 수 있는 기묘한 일출 명당이다. 새해 일출 감상하고 ‘아쉽다?’ 그러면 어제로 점프하면 끝. 이 기막힌 곳, 333개의 섬으로 이뤄진 피지에서 세 번째로 큰 섬 타베우니(Taveuni)다.
울퉁불퉁한 해안선, 그 라인을 따라 뻗은 야자수 숲, 형형색색의 이국적인 꽃까지, 태초의 자연을 닮은 경관도 절로 감탄을 자아내지만 이곳엔 아주 특별한 포인트로 연말 연초 관광객들이 모인다. 바로 타베우니 섬 해변가엔 꽂힌 낡은 표지판 자리다. 딱 두개의 말뚝에 꽂혀 있는 이 푯말, 쓰여진 글자는 이렇다.
‘오늘(Today East)’과 ‘어제(Yesterday West)’. 이 두 표지판 간격은 불과 25㎝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독자들은 고개를 끄떡이실 게다. 맞다. 날짜변경선 표시다. 날짜변경선은 가상의 선이다. 경도 0도인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의 180도 반대쪽인 태평양 한가운데(경도 180도)로 북극과 남극 사이 태평양 바다 위에 세로로 그어진다. 같은 시간대 내에 속한 지역에 대해 날짜가 달라서 오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동일 지역은 하나로 묶어 기준선을 만든다. 이 선을 기준으로 서에서 동으로 넘으면 날짜를 하루 늦추고, 동에서 서로 넘을 땐 하루를 더한다.
매년 새해에 타베우니 섬이 북적이는 건 이 날짜변경선 때문이다. 이곳에선 새해를 두번 맞을 수 있다. 오늘 자리에서 해맞이를 한 뒤 어제 자리로 점프를 하면 다시 또 한 번 해맞이를 할 수 있으니까. 0.1초 만에 어제와 오늘을 한 번에 넘나들 수 있어 ‘시간을 달리는 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피지 즐기는 Tip〓매주 화·목·일요일 7시 25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 직항이 있다. 피지공항에 입국해 4개월 체류 가능한 방문 비자를 발급받는다.
2. 하와이 마우이 할레아칼라…세계 최대 휴화산 정상
끝내준다. 이런 해돋이 다신 없다. 부글부글 끓진 않지만 그래도 화산섬의 정상. 이 놀라운 포인트는 하와이다. 하와이 관광청 홍보를 맡고 있는 김나혜씨는 마우이 할레아칼라를 으뜸 포인트로 꼽는다. 세계 최대 휴화산인 할레아칼라 국립공원은 ‘할레아칼라 일출 관람’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 패키지 여행을 가도 꼭 들어 있는 코스일 정도. 할레아칼라는 태양의 집이란 뜻이다. 3058m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현지인들도 신비롭게 여긴다.
하지만 일정, 만만치 않다. 대부분 호텔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해야 한다. 당연히 새벽 졸음운전 감수는 필수. 그래서 좀 더 안전하게 일출을 보고 싶다면 플랜B가 있다. 오아후 섬의 다이아몬드헤드 국립공원이다. 와이키키에서 차로 운전하면 지척이다. 대략 5~10분 정도. 겨울철이라면 대략 6시쯤 일출을 볼 수 있다. 다만 다이아몬드헤드 국립공원 초입에 주차를 해야 한다. 40~50분 정도 쯤은 가볍게 걸어서 올라가 주자. 다이아몬드의 분화구 위로 살짝 고개를 내미는 가슴 벅찬 해돋이. “알로하”소리가 절로 나온다.
플랜C도 있다. 산책을 겸해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는 장소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알라모아나 비치 파크. 새해처럼 특별한 경우에는 와이키키에서 차로 30분 정도 달려야 하는 샌디 비치에서 맞이한다. 아무리 사시사철 따뜻한 하와이라고 해도, 일출을 감상할 경우엔 주의사항이 있다. 쌀쌀하니, 긴팔 겉옷을 꼭 준비하실 것.
▶ 하와이 즐기는 Tip = 대한항공 아시아나 뿐 아니라 하와이안 항공과 최근엔 LCC까지 진출했으니 가는 비행편 골라잡으면 된다. 현지 투어 중 가장 놀랄 요소는 팁. 한국인 식당에선 25%의 살인적인 팁(?)을 부담해야 한다.
3. 중국, 태산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할 때의 그 태산이다. 시조로 더욱 유명한 곳. 하지만 진정한 이 태산의 매력은 일출이다. 하늘의 명을 받기 위해 72명의 중국 황제들이 오른 산으로 알려져 있다. 더 놀라운 건 10억명의 중국인들이 누구나 생전에 꼭 한 번 태산을 오르고 싶어하는 꿈을 먹고 산다는 것. 당연히 태산 정상에서 보는 일출은 더욱 특별할 수 밖에 없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한 해 이 태산을 보러 중국을 찾는 관광객 숫자만 400만 명에 달한다.
4. 터키 카파도키아…열기구 타고 일출 한눈에
터키 해맞이엔 열기구 투어가 빠질 수 없다. 대부분 새벽 4시~5시경, 기류가 안정될 때를 골라 비행한다. 괴레메 지역 전체를 내다볼 수 있는 열기구 투어가 강추. 대부분 열기구 투어는 새벽 3시부터 시작된다. 현장으로 달려가, 다같이 모인 뒤 풍선을 띄우는 과정부터 흥미롭다. 하늘 일출 감상이 끝난 뒤엔 멋진 아침 뷔페가 기다리니 꼭 한번 도전해 보실 것. 꼭 봐야 할 여행 포인트도 놓치지 말자. 동굴 지형으로 이뤄진 카파도키아는 기독교인들 안식처였던 지하 도시 지대다. 총 지하 8층으로 구성된 85m 깊이로 모든 살림살이와 생활시설이 갖춰져 있어 탄성이 절로 나온다.
5. 말레이시아 키나발루…산 엄홍길 대장이 반한 일출 명당
우리에겐 코타키나발루로 익숙한 곳. 하지만 ‘코타’와 ‘키나발루’는 이율배반적인 단어다. 코타는 해안가를 의미한다. 반대로 키나발루는 산이다. 그것도 무려 4000m가 넘는 살벌한 고산이다. 말레이시아 관광청보다 ‘히말라야 16좌 완등의 사나이’ 엄홍길 대장이 동남아 최고의 일출 명당으로 꼽는 곳. 키나발루는 동남아 최고봉(4095m)이면서 히말라야 등정에 도전하는 산악인들이 애용하는 전초기지와 훈련 장소다. 2000년 유네스코가 말레이시아 최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곳. 산을 오르려면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입산 수속을 밟은 후 입장료와 현지 가이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 반드시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도록 돼 있다. 대부분 1박2일 코스. 끝나고 나면 완등 인증서를 준다.
6.일본 나가노, 야쓰가타케 산
일본에도 환상적인 일출 포인트가 있다. 나가노다. 나가노의 야쓰가타케는 8개 산들로 구성되는 ‘남 야쓰가타케’와 11개 산의 ‘북 야쓰가타케’를 합쳐서 ‘야쓰가타케 연봉’으로 불린다. 야쓰가타케 연봉의 길이는 남북 30km 정도까지 이어진다. 심지어 2000m를 넘는 고봉들의 행진이다. 등산 코스는 기본 중의 기본. 여기에 겨울엔 스키장과 애프터 스키를 위한 온천과 료칸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그 중 백미가 일출 포인트. 명불허전이다.
7. 필리핀 부르고스…보헤도르 등대서 바닷바람 맞으며
필리핀 관광청이 꼽은 최고 명소는 필리핀에서 가장 높은 등대인 보헤도르 등대. 로코스 노르테 지역 부르고스다. 등대 위는 탁 트인 전망과 함께 바닷바람을 맞으며 일출을 즐기기에 최적인 곳. 등대는 1892년 스페인 식민지배 당시 지어진 이후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스페인 식민통치 시기에 고문으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필리핀인들 원혼이 떠돈다는 아픈 전설도 있다.
8. 스위스 루체른…필라투스 산 정상에서 고요하게
날개를 쩍 벌린 새 형상을 한 물줄기. 그 위로 고개를 불쑥 내미는 일출. 스위스 루체른 근교에 위치한 필라투스 산은 하이킹과 가족을 위한 자연 친화적인 익스트림 메카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의 숨은 매력은 일출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곳을 운행하는 톱니바퀴 열차를 타는 것도 색다른 재미. 산 정상에서 고요한 분위기와 낭만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일출은 단연 으뜸이다.
9. 그리스 산토리
산토리니는 푸른 바다와 파란색 지붕, 하얀색 건물이 황금비율로 버무려진 절벽 위 마을이다.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일 뿐만 아니라 일출과 일몰 메카로도 손꼽히는 곳. 특히 태양 각도에 따라 마을이 각기 다른 빛으로 덮이는 풍광이 백미.
[신익수 =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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