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삼성 라이온즈는 어째서 120만달러의 몸값을 받게 된 야마이코 나바로를 잡지 못했을까? 실제로는 그 이상으로 조건차이가 컸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롯데 마린스가 13일 前 삼성 출신의 외인타자 야마이코 나바로를 120만달러에 영입했다고 공식발표했다. 밝혀진 몸값대로라면 왜 나바로를 잔류시키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장 먼저 들 수밖에 없다. 해당 몸값이라면 삼성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이 새롭게 영입한 외인 타자 아롬 발디리스와의 몸값 차이도 크지 않다. 삼성은 총액 95만달러의 조건으로 8년간 일본무대서 활약했던 발디리스를 잡았다. 물론 금액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그 정도는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 삼성은 어째서 야마이코 나바로를 잡지 못했을까. 사진=MK스포츠 DB |
실제로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의 스페인어권 채널 ‘ESPN 데포르테’는 14일 “1년 계약에 기본 연봉이 120만달러다. 하지만 계약에 인센티브들이 가득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옵션을 포함할 경우 계약 규모는 훌쩍 불어날 수 있다.
국내 구단들 역시 외인 선수의 몸값을 발표할 때 옵션이라 불리는 인센티브를 제외하고 발표하기도 한다. 혹은 총액을 기준으로 합산해서 발표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지바롯데가 실제로 나바로에게 제시한 금액은 120만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적시장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나바로의 경우 지바롯데에서 일찌감치 관심을 보이면서 이미 지난해부터 삼성과의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면서 “삼성 또한 나바로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새로운 외인을 물색하면서 계약 제시안에 ‘성실성 조항’도 넣는 한편 최대한의 조건을 내민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구단이 자금력을 앞세워 국내에서 뛰는 외인들을 노릴 경우 사실 잔류가 쉽지 않다. 2013시즌 도중 합류해 2014년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에 오른 릭 밴덴헐크도 마찬가지 사례다. 2014년 시즌을 마치고 밴덴헐크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2년 4억엔에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 또한 공식 발표일 뿐 옵션을 포함한 실제 몸값은 최소 2배 이상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나바로의 경우 이적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부분은 삼성이 내민 ‘성실성 조항’이 계약성사의 핵심이었는지 여부였다.
‘성실성 조항’ 때문에 나바로가 삼성과 계약을 포기했을 가능성은 실제로 높지 않다.
그런데 삼성 측에서 해당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했다고 밝히면서 마치 그 부분이 성사의 핵심 관건이었던 것처럼 부각됐다. 거기에 박석민(NC)에 이은 계약 불발의 실망감이 컸던 팬들의 분노까지 겹치면서 사실과는 별개로 여론이 들끓었다.
나바로의 성실성에 문제가 많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나바로가 지난해 11월 이후 보여준 협상 태도 역시 삼성의 입장에선 실망스러웠다는 전언. 삼성을 일종의 보험 정도로 여겼다는 것이다. 나바로는 20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삼성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금액은 효율경영을 추구하게 된 삼성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거기에 세부옵션 등까지 추가할 경우 총액은 훌쩍 불어난다.
이에 삼성 또한 지바롯데와의 ‘머니게임’과는 별도로 나바로에게 끌려다니지 않으면서 주도적으로 협상을 이끌려고 한 것이다. 반드시 관철하려 했던 ‘성실성 조항’을 계약 내용에 포함해 최종금액을 제시한 것. 그리고 나바로는 지바롯데와 계약을 선택했다.
외인 다년계약 등이 공식화되지 않은 한국야구의 현실에서 막대한 자금력과 다년 계약을 앞세운 일본의 공세는 막기 쉽지 않다. 외인들 또한 조건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프로의 비즈니스다. 다만 이런 비즈니스의 실체가 일본측의 ‘축소발표’로 왜곡될 이유까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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