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를 기다리는 내야수에게 최대한 낮은 자세와 편안하게 서있는 자세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
이론적으로 운동선수가 출발(스타트)하기에 가장 빠른 자세를 ABP(athletic basic position)라고 한다. 일단 편안하게 다리를 벌린 채 허리를 똑바로 펴고 선 뒤, 가슴을 앞쪽으로 내밀며 천천히 무릎을 굽혀 가면 양쪽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 그 자세가 바로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은, 전후좌우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ABP다.
↑ LG 오지환은 편안하게 서있는 대기 자세에서 순간적인 빠른 움직임으로 타구에 대시하는 유형의 야수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러나 너무 낮은 자세는 타구를 잡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기 어렵다. 타구는 전후좌우 어느 방향으로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데, 지나치게 낮은 자세는 최대의 민첩함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미국으로 건너가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기본기 훈련 단계에서 우리와 다른 교육방식을 몇 가지 발견했는데 그 중 하나가 내야수의 대기 자세다. 그들은 우선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자세’에 집중한다. 타구를 기다리는 대기 자세에서 내야수의 적정 무릎 각도를 40~45도 정도면 충분하다고 가르치고 있었는데 이는 우리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서있는 자세로 보인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타구를 향해 대시하는 데는 확실히 용이하다.
KBO 내야수 가운데 이와 비슷한 무릎 각도의 대기 자세를 보이는 선수들 중에는 LG 유격수 오지환(26)이 있다. 전통적인 국내 야수들의 모습에 익은 눈에는 꽤 높은 자세로 보일 수 있지만, 오지환은 이 자세의 (타구를 향한 빠른 대시와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한)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수비폭을 넓히고 있다.
‘리틀야구’ 등 유소년야구 지도자들 중에는 아직 산만한 어린 선수들의 집중력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몸을 경직시키는 낮은 자세를 (전략적으로)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인 선수들의 경우에는 최대한 엉덩이의 위치를 낮춰서 타구의 바운드를 낮게 보면서 자세의 안정성을 확보하라는 ‘낮은 자세’ 보다는 빠르고 유연한 이동에 유리한 ‘편안하게 서있는 자세’가 포구 그 이후의 부드러운 연결 동작과 강한 송구에도 도움이 되는 이상적인 자세라는 생각이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