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유소년야구가 ‘운동만’ 너무 많이 시키거나 미래에 대한 신중한 관심, 혹은 치밀한 설계가 부족한 안일한 팀 운영으로 성장과는 거리가 먼 제자리걸음에 머물러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남들도 좀 곁눈질 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랜 야구 역사를 가지고도 미래를 향한 비전에 우리보다 더 간절하고 부지런한 느낌이 있다.
↑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고시엔 대회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완벽한 의료진이 준비된 대회 운영이었다. 일본 니시노미야의 고시엔구장 전경. 사진=MK스포츠 DB |
넉넉한 인구와 저변, 선진 과학기술과 인프라가 탄탄한 배후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야구는 학원스포츠가 ‘아마추어리즘’의 기본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것이 매력이다. 학교라면 ‘야구선수에게도 공부를 시킨다’는 안일한 순서가 아니다. 일단 어느 정도의 성적, 품행점수의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야구를 할 수 없다. 공부를 못하면 야구부에 입단 자체가 어렵다.
주마다, 혹은 학교마다 다소 프로그램에 차이가 있지만, 미국에서 혹독한 훈련이나 과다한 경기 스케줄로 선수들을 압박하는 고교 야구팀은 거의 찾기가 힘들다. 내가 지켜본 플로리다주의 경우, 고교선수의 훈련은 꼬박꼬박 ‘방과후’의 원칙을 지켰다. 1주일에 2~3회 체력훈련 위주의 컨디셔닝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공을 만지는 기술훈련은 하루 1시간반~2시간을 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스포츠 스타에 대해서도 기량만큼 멋있는 품성, 존경할만한 이미지를 원한다. 그리고 그런 ‘이상형’ 선수들을 배출할 수 있는 학원 스포츠의 구조를 만들어놓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는 많이 다른 성격의 유소년야구와 성인야구를 한다. 흔히 독특한 컬러와 전통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는 야구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들여다볼수록 일본 야구는 끊임없는 노력과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야구도 많이 연구하고 은근히 잘 받아들이는 면도 있다.
일본 고교야구의 전통과 명예심이 집약돼있는 고시엔 대회에서 정작 부러웠던 것은 선수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다. 완벽한 의료진이 운영에 참가하고, 경기 전 선수들에 대한 철저한 메디컬체크가 이루어진다. 미래의 야구를 책임질 소중한 자원으로서 어린 선수들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정성이 느껴진다.
우리는 어떤 선수들을 키우고 싶은가. 학교에서는 수업에 들어가는 선수, 야구도 잘하고 공부도 멀리하지 않는 선수, 건강한 선수,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선수. 이상이 있다면 노력이 따라야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