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이상철 기자]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스프링캠프 훈련 중인 황재균(29·롯데 자이언츠)의 모자에는 ‘TEN’이라고 적혀있다. 보통 가족과 동료의 이름, 격언, 각오를 적는 것과 비교해 황재균의 모자는 개성이 없다.
“평소와 다를 게 없다”는 황재균의 말. 그는 예전부터 자신의 등번호만 써둔다고. 그러나 그게 황재균의 ‘색깔’이다. 등번호 13번을 쓰던 황재균은 서른이 된 2016년을 맞아 10번으로 바꿨다. 롯데에서 10번은 상징적인 번호다.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함께 운동 중인 ‘선배’ 이대호가 2011년까지 썼던 그 번호다.
지난해 커리어 하이(타율 0.290 155안타 26홈런 97타점)를 기록(연봉도 3억1000만원→5억원)했던 황재균은 야구를 더 잘 하고 싶어 ‘10번 황재균’이 됐다. 절에 가 2016년 아들에게 좋은 기운이 담길 번호를 묻고 오신 아버지의 ‘조언’을 적극 반영하기도 했다.
황재균은 자신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지나간 일은 돌아보지 않고 오늘 하루, 오늘 한 경기만 바라보며 살아간다고. 그렇다고 생각이 아주 없지 않다. 그는 인터뷰를 하면서 여러 차례 ‘잘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1년 전의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해마다 열심히 운동을 했다. 2016년 목표도 간단하다. ‘지난해보다 잘하자.’ 개인도 그렇고, 팀도 그렇고.
↑ 롯데 자이언츠의 ‘10번’ 황재균은 올해 야구를 더 잘 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美 피오리아)=옥영화 기자 |
인식의 전환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면서)힘을 키우는 등 몸이 이전과 전혀 다르다. 중요한 자리에 있으니 책임감도 커졌다. 그래서 더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국제대회(프리미어12)에도 참가해 홈런도 많이 치고 우승도 해 기쁘다. (파워업을 생각하며)몸을 만들었는데 그런 결과가 따라주면 기분이 좋은 건 당연하다. 자신감도 얻었고 국가대표로 (다른 선수들과 함께)생활하며 많은 것도 얻었다.
-2016년, 더 잘 하고 싶을 텐데.
지난해 12월 18일 훈련소(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퇴소한 뒤 다음날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15일 출국하기 전까지 회전근, 순간파워, 순발력을 키우기 위해 땀을 흘렸다. 잘 만든 몸을 잘 활용해 현재 스프링캠프에서 잘 적응하며 운동하고 있다.
-한 시즌을 더 뛰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다.
예비 FA라는 게 동기부여가 되지는 않다. FA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한 시즌만 남았다고 하나)시즌 도중 부상, 부진 등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해와 올해, 운동양도 다르지 않다. 매년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자’라는 같은 마음으로 훈련할 뿐이다. 프로라면, 현재 위치나 성적에 만족하면 안 된다.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은 결과가 뒤따르지 않겠나.
-조원우 감독이 부임하면서 올해 롯데를 향한 기대감도 크다.
감독님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참 똑똑하신 분이라는 걸 느낀다. 현재 캠프 분위기도 좋다. 코칭스태프와 선배들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자연스레 임하는 자세가 다르다. ‘이걸 또 해야 하나’라고 억지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선수 스스로 찾아가며 운동을 하는 게 긍정적인 부분이다. 같은 운동양이라도 효과가 다르다.
-2016년의 롯데를 기대해도 좋을까.
분명 올해 KBO리그는 (전력 차가 크지 않아)치열한 경쟁을 할 것 같다. 다들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특정 팀을 경계할 게 아니라 우리가 잘 해서 많이 이겨야 한다고. 가을야구 해야 한다. (목표로서)당연한 이야기다. 솔직히 올해 ‘우리’ 롯데, 괜찮을 것 같다. 전력 보강(FA 손승락, 윤길현 영입-2차 드래프트 박헌도, 김웅, 양형진 영입)도 잘 된 것 같다. 선수단을 위한 프런트의 투자 노력도 보인다. 선수들도 ‘우리도 해볼 만하다’라고 생각한다. 타선(타율 0.280 177홈런 727타점 765득점)은 나쁘지 않은 가운데 마운드에 좋은 투수들이 왔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 롯데 자이언츠의 ‘10번’ 황재균(오른쪽)은 올해 야구를 더 잘 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美 피오리아)=옥영화 기자 |
(손)아섭이의 포스팅 실패 소식을 접했으나, (내게 포스팅 기회가 왔을 때)나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은 한 해 한 구단에 한 명만 가능하다).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보고 싶은 건 당연한 꿈이 아닌가. 편안하게 안주하기보다 꿈을 좇아가야지. 뭐, 아쉬움이 있겠는가. 그게 (냉정한)나에 대한 평가다. 주변에서 걱정과 위로를 하는데 솔직히 나는 전혀 안 그렇다. 괜찮다. 개의치 않다.
-의외다. 굉장히 ‘쿨’한 반응이다.
그런가. 그런데 원래 내 성격이 그렇다. 머리를 쥐어 잡으며 열이 받는다고 해서 (현실이)바뀌는 건 없다. 결과를 승복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주워 담지 못할 바에 깨끗이 청소해야지. 지나간 건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어렸을 때는 작은 일에 집착하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롯데 이적 후 조성환 선배와 룸메이트를 하며 많은 걸 듣고 배우며 깨달았다. 무념무상. 그러려니 한다. 내가 룸메이트 복이 많다. 그 동안 이숭용, 조성환, 홍성흔 등 선배들과 지내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지금도 야구열정이 가득한 (오)현근이형과 함께 지내며 많은 걸 느끼고 있다.
-준비시간 부족과 포스팅이 메이저리그 진출 불발의 이유로 꼽히기도 했다. FA 자격을 취득 시 포스팅 과정 없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데.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우선은 열심히 운동해 롯데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어야 한다. 나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면 팀 성적도 좋아질 테니까. 보탬이 되는 선수로 팀을 높이 올려놓아야 한다. 그게 현재로선 최우선이다. 내 거취(메이저리그 진출 재도전) 문제는 그 이후에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물론, 꿈은 늘 있어야 한다.
-이번에 46명의 선수가 애리조나 캠프에 왔다. 상당히 젊은 선수들이 많다. 황재균의 역할도 커졌을 텐데.
한 살씩 늘수록 그런 걸 느낀다. 예전에는 내 야구만 신경을 썼다. 그러나 이제는 위(선배)와 아래(후배)를 보며 팀적인 부분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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