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시즌 전 조엘 캠벨(23)에 대한 기대치는 낮았다.
아스널 공격 2선에는 알렉시스 산체스(27), 메수트 외질(27), 시오 월컷(26)이 버텼다. 대니 웰백(25), 잭 윌셔(23)가 장기 부상 중이고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22)도 5분 대기조인 마당에 캠벨의 포지션은 잘해야 벤치로 보였다.
예상을 깼다. 지난해 10월31일 열린 2015-16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스완지시티 원정경기에서 월컷의 종아리 부상 덕에 올 시즌 첫 선발 기회를 잡았다. 경기에서 캠벨은 후반 28분 3-0을 만드는 쐐기골을 뽑았다.
↑ 조엘 캠벨은 2015-16시즌판 프란시스 코클랭이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기존 선수의 급성장으로 입이 귀에 걸렸다. 사진(잉글랜드 런던)=AFPBBNews=News1 |
10라운드까지 단 1분도 뛰지 못했던 캠벨의 출전시간이 서서히 늘었다. 웨스트브롬미치, 노리치시티전에서 후반 교체로 활약한 그는 다시 선발 라인업에 포함한 선덜랜드와의 15라운드에서 선제골을 낚으며 3-1 대승을 이끌었다.
에이스 산체스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시기, 아르센 벵거 감독(66)은 계속해서 캠벨을 산체스 자리에 세웠다. 캠벨은 공격뿐 아니라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비에 적극 가담하며 아스널의 ‘오른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1라운드부터 22라운드까지 12경기 연속 출전했고, 그중 8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올리비에 지루(29), 외질, 월컷, 아론 램지(25) 못지않게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고 볼 수 있다. 벵거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고도 볼 수 있고.
불과 1~2년전 까지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2011년 FIFA U-20월드컵을 막 마치고 아스널에 입단한 뒤 캠벨은 로리앙(프랑스) 레알 베티스(스페인) 올림피아코스(그리스) 비야레알(스페인) 등 3개국 4개팀에서 임대 선수로 뛰었다.
임대를 전전하다 팀을 떠나는 경우가 흔하디흔하다. 캠벨은 달랐다. 모든 임대팀에서 주전을 꿰찼다. 경기 감각을 꾸준히 유지하고, 흔들리는 멘탈을 바로 잡은 덕에 갑작스레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 십대 시절 패기 넘쳤던 캠벨. 지금은 A매치 55경기(11골)를 뛴 코스타리카 에이스다. 사진(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AFPBBNews=News1 |
코스타리카 신문 ‘라 나시온’ 기자 에스테반 발베르데는 “캠벨의 최대 장점은 바로 멘탈”이라며 “캠벨에게 세계 최고의 선수가 누구냐고 물으면 그는 ‘조엘 캠벨’이라고 답할 것이다. 자존감이 강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이기적이진 않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더 나은 선수가 되고자 하는 신념만 들었다”고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말했다.
발베르데 기자는 한 가지 일화를 더 들었다. “2011년 3월, 코스타리카 축구협회는 자국 U-20 대표팀 선수들에게 산호세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A팀 경기 티켓을 나눠주겠다고 했다. 대다수는 티켓을 받아갔지만, 조엘은 받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조엘은 이렇게 답했다.
캠벨은 베티스 시절 ‘수비 습관’을 익혔고, 올림피아코스(8골)에서 골 감각을 유지했다. 코스타리카 대표로 코파 아메리카, FIFA월드컵 등 메이저 대회를 누비며 실력을 켜켜이 쌓았다. 우연히 들어가는 공은 없듯이, 캠벨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yoonjinma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