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스코츠데일) 이상철 기자] KIA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 점심식사 시간은 같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머물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보다 늦은 편이다.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솔트 리버 필즈의 클럽하우스 내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식단은 한식. 지크 스프루일이 김치에 밥을 비벼먹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지크는 김치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그러나 또 다른 진풍경은 식후. 배가 부른 선수들은 오후 훈련을 대비해 저마다 휴식을 취하거나 한다. 포지션에 따라 다르나 그 휴식의 달콤함을 맛보는 시간은 짧다. 그 가운데 식당 앞 잔디밭으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그들 발 앞에는 축구공이 놓여있다.
가볍게 발로 툭툭 차더니 ‘어디서 본 건 있어’ 각종 멋을 부린 킥이 펼쳐진다. 웃음 폭탄. 그러다 둥글게 모이더니 ‘볼 살리기’ 놀이(일반적인 원바운드 게임과 비슷하나, 바운드가 허용되지 않는다. 선수들은 이 놀이를 이렇게 부르고 있다)를 한다.
↑ KIA 타이거즈 선수들은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 리버 필즈에서 훈련하고 있다. 점심식사 후 웨이트 훈련 직전 볼 살리기 게임으로 몸을 푼다. 사진(美 스코츠데일)=옥영화 기자 |
볼 살리기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후 엑스트라 훈련을 하는 이는 예외. 오후 웨이트를 하는 이들이 주된 대상이다. 그런데 이 놀이도 훈련의 일종이다.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처음 시작한 이 놀이는 KIA의 훈련이 열리는 날(점심식사 이후)마다 펼쳐진다. 시간은 딱 10분.
장세홍 트레이너는 “(힘든)웨이트를 앞두고 몸을 푸는 동시에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이끌어가기 위함이다. 선수들도 축구공을 가지고 놀며 재미있어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한 선수가 “(웨이트장)문을 여는 순간, 그 (즐거운)분위기가 사라진다”라고 불평하기도. 그러나 10분 동안만큼은 선수들이 느끼기에 ‘흥미 100배’다.
달콤한 제안도 있다. 50번을 차는 동안 단 한 번도 떨어트리지 않을 경우, 오후 웨이트 훈련 ‘패스’. 오전 훈련으로 녹초가 된 선수들의 눈을 반짝이게 만드는 매력적인 ‘당근’이다. 실패 시 따로 벌칙은 없다. 예정대로 웨이트를 해
지난 24일까지(25일은 휴식일) KIA는 단 한 번도 오후 웨이트 훈련을 빼먹은 적이 없다. 누군가의 X발 때문일까. 아니면 쉼 없이 땀을 흘리며 새 시즌을 알차게 준비하겠다는 의욕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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