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스코츠데일) 이상철 기자] KIA는 지난해 7위로 시즌을 마감했으나, 막바지까지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였다. ‘뒷심’이 있었다면, 2015년 가을야구 이야기는 또 달랐을 것이다. 작은 아쉬움은 더 큰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2016년 KIA를 향한 시선은 긍정적이다. 1년 전에 비해 분명히.
김기태 감독은 스프링캠프 중간 결산을 하면서 1년 전보다 팀이 ‘업그레이드’ 됐다고 했다. 준비과정이 순탄한 가운데 체력 및 정신적으로 선수들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것.
전력도 향상됐다는 평이다. 100%를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새로운 외국인투수 헥터 노에시와 지크 스프루일은 KIA의 선발 마운드를 더욱 높였다. 양현종, 윤석민까지 더해 누구를 ‘1선발’로 쓸 지를 고민해야 할 정도.
물론, 상대적으로 어려운 고민이 따르는 부분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타선이다. KIA는 지난해 0.251로 팀 타율 최하위였다. 야수가 투수의 뒤를 받쳐줘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뒤집어 이야기해, KIA의 올해 농사는 야수의 활약에 달렸다.
“더 떨어질 곳도 없다. 오르는 일만 남았다”라는 현장의 목소리. KIA는 달라졌단다. 그건 타선도 포함된 이야기다. 4번 나지완-5번 이범호, 지난해 개막 당시 KIA의 구상은 이랬다(둘 다 그 타순에서 가장 많이 뛰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은 올해도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스코츠데일의 솔트 리버 필즈에서 이범호와 나지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2016년 KIA 타이거즈의 중심타선을 책임질 이범호(오른쪽)와 나지완(왼쪽). 둘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 리버 필즈에서 맹훈련 중이다. 사진(美 스코츠데일)=옥영화 기자 |
김 감독 체제 2년차, KIA의 캠프 분위기는 좋다. 상당히 열성적이다. 김 감독의 ‘메시지’를 1년 전보다 더 잘 이해한 선수들은 그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훈련장에는 긴장감이 흐르며 서로의 머릿속에는 경쟁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나지완은 “지난 9년 동안 한 번도 캠프를 빠진 적이 없다. 올해 같이 열정적인 캠프는 없었다. 경쟁의식도 커졌다”라고 말했다. 절대 주전은 없다. 열심히 하는 선수만이 기회를 부여 받는다.
이범호도 “뛸 자리는 적은데 (캠프)인원은 많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야 한다. 투수조보다 야수조가 더 치열하다. 젊은 선수가 10발을 뛰면 나도 7,8발을 움직여야 한다. 경쟁을 통해 나도 젊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위기의식을 느낀다는 나지완도 같은 출발선에 서서 죽을 힘을 다해 운동 중이라고 했다. 하루도 안 쉬고 웨이트를 하고 있는 나지완은 한눈에 체형 변화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 지도.
이범호와 나지완은 훈련마다 거의 옆에 붙어있다. 웜업부터 시작해서. 그래서 누구보다 준비과정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물었다. “어떻게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지, 서로에 대해 알려 달라.”
이범호) “(나)지완이가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캠프를 소화한 적이 없을 것이다. 좋은 시즌을 치르다가 지난해 힘겨운 시즌을 겪었다. 나도 프로 17년차로 오르내림을 경험해 잘 안다. 한 번 잘 하다가 떨어지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어느 때보다 자기관리를 잘 한다. 지완이와 KIA에서 6년째 생활 중인데, 올해가 가장 잘 하는 것 같다. 몸에 안 좋은 탄산음료, 햄버거, 피자 등 음식도 피하며 웨이트를 정말 열심히 한다. 나보다 훨씬 더. 안 되면 억울할 시즌이 될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
나지완) “(이)범호형은 항상 몸 관리 잘 한다. 어느덧 30대 중반이다. 순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웨이트를 통해 보강하고 있다. 진짜 웨이트를 많이 한다. 후배로서 배울 게 많다. 나와 다른 점은 모두 다 배워야할 점이다. 그런 게 (더욱이 같은 포지션의)후배에게 도약점이 될 수 있다. 범호형은 겉은 화려하지 않을지라도 안을 보면 화려해지는 힘이 있다. 그 꾸준함을 유지하는 게 올해도 보이고 느껴진다.“
↑ 2016년 KIA 타이거즈의 중심타선을 책임질 이범호(오른쪽)와 나지완(왼쪽). 둘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 리버 필즈에서 맹훈련 중이다. 사진(美 스코츠데일)=옥영화 기자 |
KIA의 공격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건 중심타선의 활약이다. 2015년 열심히 했다. 그러나 못내 아쉬웠다. 더 잘해야 할 2016년이다. 그렇기에 더욱 어깨가 무거운 이범호와 나지완이다.
이범호는 “야구도 결국 점수를 뽑아야 이길 수 있는 종목이다. 타점을 많이 기록해야 하는데 중심타자들이 잘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때문에 잘 쳐야 한다는 압박감이 다른 선수들보다 크다. 스트레스도 2배로 받고”라며 “지난해에는 전반적으로 야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브렛 필을 제외한 중심타선이 올해는 더욱 분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나지완은 ‘초심’으로 준비한다. 이렇게까지 못하면 이게 진짜 내 실력이라고. 그만큼 절박하다는 이야기이며,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나지완은 “마운드에 비해 타선이 처진다는 것, 인정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나를 가장 걱정할 것이다. 내가 지난해 기본만 했어도 팀은 가을야구를 했을 것이다. 올해는 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 기록 중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타점이다. 알토란같은 타점을 하나씩 쌓아가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옆’에 나란히 있던 둘은 경기에서 ‘앞’과 ‘뒤’를 맡는다. 타선의 연결고리다. 둘이 함께 잘 하면, 시너지 효과는 크다. 그래서 또 한 번 물었다. “올해는 상대가 잘 할 것 같은지, 그 느낌이 있다면 말해 달라.”
나지완) “(이)범호형은 언제나 기본은 한다. 그래서 걱정이 안 된다. 올해도 주장을 맡았다. 또한 자유계약선수(FA) 계약도 했다. 책임감이 클 것이다. 알아서 잘 할 것이다. 솔직히 범호형보다 내가 걱정이 크지. 지난해 부진으로 (새 시즌에 대한)설렘도 있으나 두려움도 크다. 그 두려움이라는 게 내 자신과 타협할까봐다. 올해는 (내 자신과 싸움에서)지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또 그 두려움을 이겨낸다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범호) “4,5번타자에게 이런 ‘물음표’가 달려서는 안 된다. 사실 지난해 지완이가 잘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 때문에 시즌을 준비하면서 걱정되는 게 많을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선수다. 또한, 그 힘겨운 시기가 앞으로 현역 생활을 하는데 있어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4번타자로 불릴 때가 행복한 시간이다. 나이가 들수록 압박감은 더욱 커지지만, 지완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다. 또한, 어떻게든 해결해줘야 하는 게 지완이의 위치다. 그리고 지완이가 잘 해야 팀 성적도 좋아질 것이다. 서로 힘내자.”
나아가 한 가지 더 물었다. “올해의 KIA, 기대해도 좋을까.” 둘 다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다.”
이범호) “기대하셔도 좋다. 공격력도 (다른 팀과 비교해)나쁘지 않다. 마운드도 안정됐다. 선발투수가 버티는 동안 4,5점을 뽑고 이를 지킨다면 되지 않을까. NC 다이노스와 개막 3연전
나지완) “내 몫을 하며 보탬이 된다면, 팀도 5강을 다투는데 좋은 싸움을 할 것 같다. 딱히 몇 등을 하겠다라고 말하기는 그렇다. 그러나 분명 세밀한 야구를 할 것이고 그에 대한 나의 기대 또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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