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거스 히딩크(69) 첼시 감독이 ‘삼촌’ 이라면, 루이스 판 할(6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은 ‘학주’에 가깝다.
느낌적인 느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두 감독을 모두 경험한 플레이메이커 베슬러이 스네이더르(31, 갈라타사라이)가 각각 “친숙한 삼촌”과 “엄한 교사”라고 묘사한 적이 있다.
네덜란드 태생이란 점을 제외하면 생김새, 성격, 전술 성향 등 닮은 구석을 찾기 어려운 두 감독은 실제로 사석에서 만나도 ‘쌩’하고 지나치는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싸운 것은 아니다. 단지 ‘친구’가 아닐 뿐.
↑ 18년의 질긴 인연,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승부에서 누가 웃을까? 8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사진=AFPBBNews=News1 |
추측건대 둘 사이의 거리는 선수 시절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다. 히딩크의 PSV에인트호번과 판 할의 아약스는 가까워질 수 없는 라이벌이었다. 선수로는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으나, 일단 시작부터 갈 길이 달랐다.
1997년 판 할이 아약스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고, 약 1년 뒤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의 프랑스월드컵 4강을 이끌고 ‘엘 클라시코’ 라이벌 레알마드리드 사령탑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1999년 2월14일 펩 과르디올라, 루이스 엔리케, 히바우두의 연속골로 판 할이 3-0 완승한 뒤로는 히딩크가 늘 한두 발 앞섰다. 지금까지 7회 맞대결해 4승 2무 1패로 우위에 있다. 아래 참조. (V)=판 할 승, (H)=히딩크 승
1998년 9월19일 레알마드리드 2-2 바르셀로나 (-)
1999년 2월14일 바르셀로나 3-0 레알마드리드 (V)
2000년 2월13일 레알베티스 2-1 바르셀로나 (H)
2005년 10월15일 PSV 3-0 알크마르 (H)
2006년 2월26일 알크마르 1-2 PSV (H)
2006년 3월22일 PSV 2-0 알크마르 (H)
2015년 12월28일 맨유 0-0 첼시 (-)
8일 새벽 1시 스템포드 브릿지에서 열릴 이번 경기가 두 감독의 역대 8번째이자 어쩌면 마지막 지략 싸움이다. 히딩크 감독은 시즌 종료 이후 떠나기로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와 약속하고 지난해 12월 감독을 맡은 소방수이다. 판 할 감독은 돌아가는 정황상 시즌 중 또는 늦어도 시즌 후 떠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두 감독 모두 은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적이 있고, 고령인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맞대결을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완전히 내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13위(승점 29)인 첼시, 5위(승점 40)인 맨유와의 승점 대결과는 별개로 이 경기는 두 감독에게도 의미가 짙다.
히딩크 감독은 불편한 사이라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듯, “판 할 감독의 얼굴을 보며 악수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주 멋진 경기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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