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오키나와에서 열렸던 한미일 야구코치·트레이너·관계자들의 세미나 캠프에 참가했었다. 그곳에서 역시 (일본을 비롯해) 아직도 많은 야구인들이 ‘다운블로’ 스윙의 장점을 평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내려치는 스윙이 짧게 나갈 수 있고 그래서 가장 빨리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운스윙보다 배트가 만드는 궤적을 아래에서 위로 향하게 하는 슬라이트업스윙의 효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공이 날아오는 방향을 정반대에서 받아치면서 질 좋은 정타의 확률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다만 다운블로가 가진 타이밍상의 이점은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박용택(37·LG)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논제에 관한 그의 순수한 반문에 놀랐다.
↑ 박용택은 손목 사용이 능하지 않은 자신의 약점을 진단한 뒤 타구를 결대로 뻗어나가게 하기 위해 원핸드 타법을 사용한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렇게 빨리 공을 맞힐 수 있는 다운블로의 효율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되면서 박용택은 (공을 맞히는 타이밍이) 빠르거나 혹은 늦었을 때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최선의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공이 오는 방향대로 맞받아치는 궤적에 더 많이 집중하게 된 이유다.
여기에 “손목을 사용하는 코킹이 능란하지 않은 편”이라고 스스로를 진단한 박용택은 “손목을 최대한 쓰지 않으면서도 타구를 결대로 정확하고 멀리 보내기 위해서” 자신만의 ‘원핸드 타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배트를 돌린 뒤 공을 맞힌 순간 자연스럽게 왼손을 떼면서 배트를 쥔 오른손만 쭉 뻗어 타구의 결 방향을 완성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타격이론과 각각에 대한 역학적 설명이 있다. 모두가 맞는 말일 수 있지만, 모두가 내게 정답일 수는 없다. 타자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들여다보면서 자신에게 최적화된 스윙을 찾아내야 한다. 어떤 한 가지 방법만을 맹신하는 것은 타자나, 혹은 타자들에게 조언을 하는 코치들 모두가 경계해야 하는 고집이다.
자신의 특성과 약한 점을 분석한 뒤 스스로의 해결법을 찾아내는 박용택은 훌륭한 기록만큼 속까지 튼튼한 좋은 타자였다. 올해로 입단 14년차 베테랑이지만, 아직도 순수한 탐구심과 열정으로 스윙을 고민하고 이론을 공부하는 그는 아직도 우리에게 보여줄 야구가 많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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