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파이어볼러들의 천국이 될까. 오키나와 캠프서 난데없는 스피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패자는 없고 승자만 있는 선의의 경쟁이다.
야구에서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를 뜻하는 ‘파이어볼러’는 매우 귀한 재능이다. 빠른 공을 던진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다른 투수와는 차별화되는 장점이 있다. 그런면에선 요즘 삼성은 행복한 미소가 입에 걸릴만하다. 젊고 재능 넘치는 투수들이 연일 강속구를 뿌려대고 있다. 아직 캠프인데 말이다.
스타트는 외인투수가 끊었다. 바로 올 시즌부터 뛰게 된 앨런 웹스터(26). 웹스터는 외인 선수지만 아직 20대 중반의 나이. 지난 12일 청백전에서 최고구속 151km의 공을 뿌리며 1이닝 1피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이어 19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KIA와 연습경기서도 2이닝 2피안타 1실점을 했다. 속구 최고구속은 148km.
↑ 미국 출신의 이케빈은 빠른 볼을 뿌리며 가진 재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국내 선수들도 가세했다. 가진 것을 모두 펼쳐 자신의 자리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 끝에 나온 결과.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이케빈(24)은 2016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 지명을 받고 삼성에 합류했다. 역시 강속구를 던지는 자원인 이케빈은 20일 넥센과 연습경기서 3이닝 3피안타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수비 실책까지 겹쳐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은 남았다. 하지만 속구 최고구속은 147km까지 나왔고 볼 끝의 움직임도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이 애초에 높은 평가를 내렸던 부분도 ‘빠른 볼’을 던질 수 있는 젊은 파이어볼러라는 점. 캠프 합류 몇 달 만에 가진 재능을 유감없이 뽐내며 향후 ‘더 빨라질’ 싱싱한 쾌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016 드래프트 1차 지명된 최충연(19)도 지난 12일 청백전서 1이닝 1볼넷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벌써 최고구속 147km의 공을 던지며 삼성이 걸고 있는 기대감을 입증했다. 입단 당시부터 향후 신체성장과 프로에서의 지도 등을 통해 구속이 더 빨라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자원. 올해 즉시전력감으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벌써부터 충분한 구위를 뽐내고 있다. 시즌에 돌입하면 150km내외를 넘나드는 공도 충분히 뿌릴 수 있을 전망이다.
우완 장필준은 천안북일고 시절 초고교급 투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하지만 부상과 부진 등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국내 무대 유턴을 선택 2015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삼성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재활로 긴 시간을 보냈다. 시즌 후반기 1군 데뷔전을 치렀지만 2경기서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15.75의 부진한 성적만을 남겼다. 무엇보다 아마 시절 강점으로 꼽혔던 폭발적인 구위가 사라진 모습이 진한 불안감을 남겼다.
↑ 장필준은 지난해 11월보다 구속이 무려 11km가 빨라져 최고구속 150km를 찍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경기 종료 후 김태한 삼성 투수코치는 “장필준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많이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캠프에 와서도 3경기를 치르면서 또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고무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현재 계획으로는 장필준을 올해 불펜투수로 기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장필준의 빠른 볼을 잘 활용할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캠프에서 보여준 구속이나 구위들은 흔히 별 의미가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들은 성장세의 젊은 투수들. 특히 아직 본모습에 대한 베일을 벗지 않았거나, 혹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투수들이란 점에서 조금은 다른 케이스다. 또한 더 성장하고, 더 빨라질 여지도 충분하다는 점이 이들의 속도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one@maekyung.com]
▶실전 첫 불펜 소화 류현진, “점점 좋아지고 있다”
▶ 前 일본 세이브왕 바넷이 본 오승환, 이대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