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안산) 김원익 기자] “나보단 후배들이 더 희생했다.”
2015-16시즌 정상에 오른 현대캐피탈(승점 75점)의 ‘캡틴’ 문성민이 하나가 된 선수단에 고마움을 전했다. ‘희생’이라는 갈채는 후배들과 선배 윤봉우 플레잉 코치에게 되돌렸다.
현대캐피탈(75점)은 25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경기서 OK저축은행(68점)을 세트스코어 3-0으로 꺾고 정규시즌 우승을 거뒀다.
정규시즌 1,2위 간의 맞대결. 1위 현대캐피탈이 승점 3점을 획득, 2위 OK저축은행과의 승점 차를 7점으로 벌렸다. 이로써 현대캐피탈은 정규시즌 잔여 결과에 상관없이 7시즌(종전 2008-09시즌) 만에 감격적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 현대캐피탈의 캡틴 문성민이 우승의 공을 후배들에게 돌렸다. 사진(안산)=옥영화 기자 |
전반기를 4위로 마친 현대캐피탈은 후반기부터 구단 역대 최다연승이자 단일 시즌 역대 최다연승인 16연승을 내달렸다. ‘캡틴’이 꼽는 고비는 언제였을까.
“3라운드 중요한 경기서 연패를 하면서 고비가 왔다. 그때 의기소침했는데 감독님이 다독여 주면서 더 잡아주셔서 분위기를 더 끌어올렸다. 그래서 4라운드부터 연승하면서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갔던 것 같다.”
‘즐거운 배구’가 올 시즌 현대캐피탈의 성공의 비결로 봤다. 문성민은 “코트장에서 늘 즐기면서 했던 것이 가장 달랐던 부분 같다. 감독님께서도 항상 아무 생각 없이 ‘무아지경’에 빠지라고 항상 말씀하신다”면서 “올 시즌이 제일 재밌었다. 코트장에서 선수들이 표정도 밝았고 재미있게 했던 것들이 경기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문성민의 경기 내 숫자로 드러난 비중은 줄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활약들이나 고비에서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문성민은 고개를 저었다.
“주장을 맡으면서 부담이 됐었는데 오히려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다. 내가 주장으로서 선수들한테 말을 안 해도 될 정도로 하나가 될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나 말고 밑에 선수들이 더 희생을 했다. 또 아무래도 (윤)봉우 형이 나보다 더 형인데 내가 주장이 되면서 형님이 아무래도 희생을 제일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
입단 이후 첫 정규시즌 우승이다. 2008-09시즌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당시 문성민은 “팀을 우승으로 이끌겠다”는 출사표를 거침없이 던졌다. 미소를 띤 문성민은 “7년전에 그런말을 했다는 것이 참 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못내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그 정도로 우승이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이번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면서 스스로 많이 느낀 것이 있다. 선수들, 코칭스태프, 감독님, 프런트, 팬들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쳤을 때 우승을 거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성장은 확실히 성장이다.
올 시즌 최 감독 체제하에 ‘스피드배구’로 팀의 색깔이 완전히 바뀌면서 숙지하고 노력해야 할 것들도 많았다. 문성민은 “감독님께서 기존까지 사용하던 것이 아닌 새로운 사인을 많이 만들었다. 그것을 숙지하는 것이 어려웠었는데 선수들이 그것을 잘 외워서 시합 때 많이 적용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것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힘만 믿는 공격수’였던 문성민은 올해 강약의 미덕도 실천했다. 문성민은 “시즌 초에 들어갈 때는 연타에 관한 훈련을 많이 해서 강약조절이 잘됐다”며 “그런데 시즌이 지나면서 욕심이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강타를 때리지 않아도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는 것이 반성도 됐다. 조금씩 개선해 가는 과정이다.”
부연해서 문성민의 올 시즌 공격성공률은 역대 가장 떨어지지만 팀은 더 잘 돌아간다. 문성민은 “예전에는 내 힘과 높이만 믿고 공격을 하다보니 팀의 조직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올 시즌에는 상대가 블로킹이 확실하면 연타를 하거나 속공이나 팀 공격 등, 다른 것들로 득점할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나다보니 그렇게 바뀐 것 같다”고 스스로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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