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 17세에 불과한 시오 월컷(아스널)을 전격 발탁했다.
에릭손 감독은 둔탁한 잉글랜드 선수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발이 빠른 월컷의 매력이 매료했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잉글랜드의 미래’라는 얘기에도 귀가 솔깃했는지, 대회 개막 석 달 전에야 아스널과 프로 계약한 ‘꼬꼬마’를 월드컵 스쿼드에 포함했다. 저메인 데포(당시 토트넘) 대런 벤트(당시 찰튼)와 같이 프리미어리그가 검증한 골잡이들은 떨어져 나갔다.
기대는 컸지만, 월드컵에 그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잉글랜드 최전방은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이클 오언(당시 뉴캐슬 유나이티드) 피터 크라우치(당시 리버풀)가 지켰다. 월컷에게 월드컵은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벤치를 경험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결정권자 에릭손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그럴 거면 데포를 데려가지, 왜 그랬어?‘
↑ 2006년 당시 시오 월컷. 사진(잉글랜드 맨체스터)=AFPBBNews=News1 |
에릭손 감독은 떳떳했다. “팀에 필요한 선수들로만 월드컵 스쿼드를 꾸렸다고 확신한다. 월드컵 경험은 잉글랜드의 미래인 월컷 경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에릭손 감독의 비호를 받은 월컷은 부상의 그늘 아래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빅클럽 아스널에서 뛴다. 몸상태만 온전하다면 잉글랜드 대표팀 부름도 받는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메시’가 되는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올 시즌 후반기에는 경기력에도 의문부호가 달렸다.
여기 제2의 월컷이 있다. 이름은 마커스 래쉬포드(1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로 데뷔전에서 데뷔골 포함 최근 3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며 잉글랜드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특급 유망주다. 이슈에 목마른 잉글랜드 언론은 벌써 래쉬포드와 유로2016를 연결한다. ‘호지슨, 데려 갈 거야?’ 하는 식이다.
↑ 2016년의 래쉬포드. 사진(잉글랜드 맨체스터)=AFPBBNews=News1 |
유로 출전 23명 명단 중 공격진은 보통 5~6명으로 꾸린다. 부상만 없다면 웨인 루니(맨유)는 ‘무조건 발탁’이다.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 해리 케인(토트넘) 시오 월컷(아스널)도 확실해 보인다. 나머지 2~3 자리에 들어갈 선수로 대니 웰백(아스널) 다니엘 스터리지(리버풀) 찰리 오스틴(사우스햄튼)이 꼽힌다. 래쉬포드가 들어갈 틈은 좁다.
로이 호지슨 감독은 조심스럽다. “지난 2년간 지켜봤다”, “잘해주고 있다”, “래쉬포드는 우리 시스템 안에 있다“, ”지금 뽑을지, 말지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식의 아리송한 대답을 남겼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나 너한테 관심 있어’다. 에릭손이 월컷에게 품었던 그 감정과 엇비슷해 보인다.
호지슨 감독은 4년 전 유로 2012에서 18세의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아스널)을 데려간 전례가 있다. 에릭손과 다른 점이라면 챔벌레인을 프랑스와의 첫 경기에
호지슨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도 ‘경험’보단 ‘증명’에 초점을 맞춰 선수 선발을 할 것 같다. 래쉬포드의 자리는 있을까?
[yoonjinman@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