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윤진만 기자] 전북현대의 두터운 스쿼드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벤치도 주전급 선수로 채우는 ‘더블 스쿼드’가 가능하단 점에서 밝다. 반면 출전명단 18인에 포함할 ‘어린 선수’가 부족하단 점에서 어둡다.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은 기분 좋은 1-0 승리에도 후자 쪽이 더 도드라진 경기다.
전북은 이날 이동국 김신욱 권순태 이호 이재성 등 선발 명단을 23세 초과 선수로 구성하고, 1994년생 황병근, 1996년생 장윤호를 벤치에 앉혔다. '각 팀은 23세 이하 선수를 2명 이상 출전명단에 올리고, 1명을 반드시 선발 투입해야한다'는 규정을 위반해 교체카드 1장을 잃었다.
↑ 변칙전술로 서울전 승리를 가져온 최강희 감독과 결승골로 전주성을 들썩이게 한 김신욱. 사진(전주)=옥영화 기자 |
카드수 2대 3의 싸움. 서울 최용수 감독은 경기 전 “경기 중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며 카드의 숫자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을 언급했고, 전북 최강희 감독은 “원래 교체카드 1장은 수비, 골키퍼의 교체에 대비해 남겨둔다. 문제없다”는 반대 입장을 전했다.
최용수 감독의 예감대로 경기 중 전북이 원치 않는 ‘변수’가 발생했다. 전반 경기력이 기대를 밑돈 것이다. 최강희 감독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후반 시작과 동시에 1장의 카드를 레오나르도에 사용했다. 남은 시간은 45분, 주머니에는 한 장의 카드만 남았다.
후반 17분 김신욱이 선제골을 넣고, 1-0 앞서가던 후반 23분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을 빼고 로페즈를 투입했다. 22분이나 남았는데, 주머니가 텅텅 비었다. 혹여나 부상 등의 변수가 발생한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경기는 그대로 전북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경기 종료를 약 5분 남기고 경기 내내 헌신적인 수비를 펼친 이호가 다리 경련을 호소했다. 그 시기가 더 빨랐다면 전북은 퇴장 없이 10대 11로 싸워야 했을지도 모른다.
‘최강희의 변칙 전술이 통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실패율이 큰 도박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재현할 수 있다. 전반부터 경기가 잘 풀리면 “교체카드가 2장이나 남았네”가 되지만, 이날과 같은 경기에선 “두 장밖에 없네”다.
물론 상대 전력에 따라 카드의 필요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약팀과의 경기에선 23세 이하 선수 중 장윤호 김영찬 최규백 이한도 명준재 중 한 명을 선발 투입해 안정적으로 카드 3장을
하지만 이날 드러났듯이 전북 스쿼드를 보면 23세 이하 ‘어린 선수’가 18명 명단에 포함되기란 쉽지 않다. 서상민 문상윤 이주용 홍정남 등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김보경 고무열 최재수는 부상으로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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