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 돈다발을 받고 진출했다. 윤성환과 안지만은 마운드에 오를 날만 기다리고 있다. 임창용은 고향 팀에 복귀했다.
결국 지난 해 9월 프로야구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해외 원정도박 스캔들’의 주인공들은 모두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윤성환 안지만도 조만간 등판할 것이 확실하다. 슬프게도 이게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금지 약물을 복용해도 몇 십 경기 빠지면 그만이고, 수천만 원대 도박을 해도 멀쩡한 얼굴로 다시 나올 수 있는 게 한국 프로야구다. 혹자는 도박을 다른 범죄에 비해 가볍게 여기지만 한국 문화, 특히 프로야구에서 도박은 그 어떤 죄질보다도 무겁다. 프로야구는 초등학생부터 온 국민이 즐기는 스포츠다. 마카오 정킷방에서 충혈 된 눈으로 수천만 원의 판돈을 걸던 사람들이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을까.
↑ KIA 타이거즈의 임창용 영입은 한국 프로야구의 퇴행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서글픈 현실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아울러 KIA는 임창용 영입에 대해 엄청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KIA는 임창용의 ‘연봉 3억 원 기부’ 의사에 감동받아 영입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참으로 눈 가리고 아웅 격이다. 차라리 “전력 강화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비난을 감수 하겠다”라고 했으면 솔직하단 말이라도 들었을 텐데.
KIA의 임창용 끌어안기는 한국 프로야구가 도박과의 단절에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한국 프로야구는 그 동안 여러 차례 도박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모 구단의 해외전훈 중 벌어진 카지노 사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기간 중 카지노 출입 파문, 2009년 삼성 선수들의 인터넷 도박사건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 때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해당 구단은 온정주의로 일관했다. 그 결과 도박이 근절되기는커녕 독버섯처럼
이번 임창용의 KIA 입단으로 프로야구 선수들은 도박을 더욱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될 것이다. ‘야구만 잘하면 그깟 도박은 범죄도 아니다’란 사실이 임창용의 KIA 입단으로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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