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야구협회가 오랫동안 갈망했던 체질개선과 부패척결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하늘이 준 이 시간을 잘못 보내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야구협회로선 향후 10년 나아가 100년을 좌우할 중차대한 시기를 맞고 있다.
대한야구협회는 최근 정부로부터 ‘관리단체’로 지정받았다. 기업으로 치면 도산이나 마찬가지다. 비록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최고인기종목인 야구를 관장하는 단체가 사고단체로 전락한 것은 여간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야구협회의 임원은 모두 해임됐으며, 모든 권한과 권리도 중지됐다. 대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내려 보낸 관리인이 야구협회를 운영한다. 야구인들은 부패와 무능으로 얼룩진 야구협회를 이렇게 되도록 방치했다는 점에서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 사고단체로 전락한 대한야구협회가 바뀌기 위해선 젊고 개혁적인 인사가 나서야 한다. 대한야구협회의 대의원 총회 모습.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일부 야구인들의 움직임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벌써부터 뜻이 맞는 몇몇 원로급 야구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구성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썩어 곪아 터진 야구협회를 살리겠다는 의지는 환영한다. 문제는 이들의 면면이다. 거론되는 이름 중 대부분은 기존 아니면 예전 야구협회 행정에 깊숙이 개입돼 있던 인사들이다. 야구협회가 사고단체로 전락하고 손가락질을 받는데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다.
아마추어 야구, 엄밀히 말해 학생야구의 가장 큰 문제는 입시부정과 폭력 그리고 선수 혹사다. 야구계 선배를 자처하는 이들은 이런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심에 사로잡힌 ‘바지 회장’에 빌붙어 호가호위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야구협회의 개혁을 맡겨선 안 된다.
지금 야구협회는 최대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최고의 기회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이 비대위의 일원으로 합류해 일하느냐에 따라 야구협회의 모습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개혁은 오간데 없이 구태를 답습할 수도 있고, 각종 비리와 단절하고 새로운 야구문화를 정착시킬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젊고 참신한 인물이 야구개혁을 위해 나서야 한다. 학연 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돈과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정직한 야구인이 비대위를 맡아야 한다. 오직 한국야구의 발전만을 생각하고, 어린 선수들의 장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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