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평균자책점은 ‘독식’과 어울릴지 모른다. 선동열이 1985년부터 1991년까지 7년 연속 차지했다. 7연속 수상은 어느 타이틀에도 없다. 절대적인 기록이다.
하지만 가장 얼굴이 자주 바뀌기도 한다. 선동열 외 ‘수성’를 한 이가 한 명도 없었다. 두 차례 수상자도 구대성(1996년·2000년), 류현진(2006년·2010년), 윤석민(2008년·2011년) 등 3명이다. 다승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더 어렵다.
1년 전 평균자책점 경쟁은 다소 싱거웠다. 시즌 초반부터 1점대를 기록하던 양현종(KIA)은 2.44의 평균자책점으로 마쳤다. 2014년(4.25)보다 절반 가까이 줄더니 생애 첫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압도적이란 표현이 맞을 듯. ‘타고투저’의 흐름 속 2점대 평균자책점은 양현종이 유일했다.
때문에 양현종이 선동열 이후 처음으로 ‘평균자책점 2연패’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야구인들은 양현종의 손을 많이 들어줬다. 지난해 퍼포먼스가 워낙 강렬했던 데다 지난해 대비 나빠질 게 없다. 예비 자유계약선수(FA) 프리미엄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 양현종은 2016년 프로야구 시상식에서도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수상할까. 선동열 외 2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투수는 없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4일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는 양현종. 사진=MK스포츠 DB |
양현종이 지난해 타이틀을 따기 전까지 평균자책점 부문은 외국인선수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외국인선수가 쓸어갔다. 지난해에도 상위 6명 가운데 4명이 외국인선수였다. 시즌 중후반까지 양현종을 위협하던 경쟁자도 해커(NC)였다.
올해도 다르지 않을 터. 켈리(SK)와 소사 외 시범경기 성적이 딱히 두드러지지 않으나, 정규시즌이 되면 달라질 것이다. 니퍼트(두산)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제 실력을 발휘했으며, 헥터(KIA) 같은 거물급 투수도 있다. 한 야구인은 “시범경기를 보니 올해 좋은 외국인투수들이 많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시범경기에 등판하지 않은 로저스(한화) 또한 건강과 함께 다시 지난해 후밤기의 ‘대단했던’ 그 퍼포먼스(2.97)를 재현한다면, 평균자책점 경쟁은 싱겁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다른 야구인도 “결과적으로 투수가 얼마나 타자와 적극적으로 승부하느냐다. 그렇게 ‘덤비는’ 투수가 평균자책점 경쟁에서 우세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평균자책점은 자존심 경쟁이다. 때문에 단순히 등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기록’이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2004년 이후 평균자책점 1위는 2점대였다. 2014년의 밴덴헐크(3.18)만 빼고. 하지만 지난해 정규이닝 기준 2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양현종 밖에 없다. 타구투저의 흐름 앞에 투수들은 고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야구 전문가들은 박병호, 김현수 등이 떠났지만, 평균자책점은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스트라이크존은 결코 넓지 않으며, 구단마다 뛰는 야구와 함께 공격 야구를 외치고 있다. 낯설음이 더 강한 고척돔 혹은 타자 친화적인 구장 라이온즈파크의 개장도 투수들에게는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한 코칭스태프는 “단일구를 사용하나 훈련이나 원정경기 등 그 동안 경험했던 것이라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투수층이 얇아진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투수의 발전보다 타자의 발전 속
2013년 이후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3명-0명-1명으로 줄어드는 모양새로 2016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경우, 타이틀 경쟁에 한 발 앞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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