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4월의 첫날, 우리가 기다리던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됐다. 10개 구단 모두 겨우내 준비한 노력의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긴장과 기대가 교차할 것이다. 그들 앞에 펼쳐진 레이스는 짧지 않다. 약 6개월의 대장정을 좋은 컨디션으로 완주해내기 위해 야구선수들에게 필요한 적정한 체중과 체지방량은 어느 정도일까.
점점 더 파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야구에선 축구, 혹은 경기 중 더 많이 달려야 하는 종목에서처럼 마른 선수가 좋은 체형이라고 말할 수 없다. 미국의 트레이닝 전문가들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적정한 체지방 비율에 대해 광범하게 동의하는 권고 수치를 갖고 있다. 투수의 체지방률은 12.3%, 포수는 11.5%, 내야수는 9.4%, 외야수는 8.4% 정도를 이상적으로 본다. 일반적으로는 가능하면 12%를 넘기지 말고 8~10%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여긴다. 프로야구팀에서 근무할 때 선수들의 체지방량을 주기적으로 검사했다. 미국 선수들에 비해 한국 선수들이 체지방량은 조금 많고 근육양은 조금 적게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두산 유희관은 잠실구장에서 웃통을 벗어 ‘우승 공약’을 지켰다. 올해는 kt의 ‘5강 공약’에 이대형의 상의 탈의가 걸려있다. 1년 만에 팬들은 전혀 다른 ‘야구선수의 체격’을 목격하게 될지도. 한 시즌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투수와 외야수의 적정 체지방량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선수들의 평균 체지방량은 포지션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있다. 홈에서 가까울수록 또는 움직임의 범위가 좁을수록 평균 체지방량이 많다. 움직임이 적다는 것은 경기 중 달리는 거리가 적다는 의미로 체지방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해도 기술 수행에 있어 방해 요소가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선수의 포지션별 평균 체지방량은 투수→포수→내야수→외야수의 순서대로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트레이너로 근무할 때 지켜본 바로는 선수들 중에는 여름에 체지방이 증가하는 케이스가 꽤 많다. 무더위 속에서 자꾸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는 선수들이 음식으로 체력을 끌어올리려고 식사량을 늘리면서 오히려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들이다. 반면 일부 마른 선수들은 여름에 체력이 떨어지면서 식욕이 감퇴해 잘 먹지 못하는 끼니가 늘어나면서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도 생기곤 한다.
그래서 ‘여름 보양식’에 관한한 선수들에게 차별적인 조언을 했다. 식욕이 좋은 선수들에게는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것에 신경 쓰는 것은 좋지만, 체중이 증가하면 오히려 컨디션이 떨어지는 경우도 생기니 늘 체중 변화에 주의하는 식사를 권했다. 반면 마른 선수들에게는 식사를 보약이라 생각하고 적정 체중과 체지방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식사량을 권했다.
선수들의 체형에 따른 운동 프로그램을 줄 때는 체중과 체지방량, 근육양 등을 살펴서 비율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선수는 억지로 먹는 것이, 반대로 어떤 선수는 먹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스스로의 컨디션 유지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 시즌이라는 마라톤의 건강한 완주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겠다. (김병곤 스포사피트니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