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딱히 의식하지 않는다.” 구자욱(23·삼성)은 라이온즈파크 1호 안타 및 도루의 주인공이다. 지난달 22일 대구 LG전에서 1회 선두타자 안타를 치더니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다만 그 무대는 KBO리그가 아니라 시범경기. 역사에 기억될 순간은 10일 뒤였다.
구자욱은 삼성의 라이온즈파크 첫 공식 경기에서 5타수 4안타 1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구자욱은 “전 타석 안타를 치고 싶었다. (6회 삼진 아웃됐는데)생각이 너무 많았다”라고 자책했지만, “첫 안타를 꼭 내가 하고 싶었다”라며 기뻐했다.
그 바람은 지난 1일 KBO리그 두산전에서도 가득했을까. 구자욱은 이번에도 삼성의 1번째 타자로 배치됐다. 겉으로 티를 내진 않았다. 개막전의 중요성이 있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혹여 1호 홈런을 의식해 선수들이 스윙을 크게 하지 않을까”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리고 먼저 공격하는 두산이 안타를 기록할 수도 있으니까.
↑ 삼성의 구자욱이 지난 1일 KBO리그 두산과 개막전에 앞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대구)=김영구 기자 |
1호 안타의 기회는 주어졌다. 정수빈(두산)이 1회 1호 볼넷 및 도루를 기록했지만, 두산의 5명 타자 누구도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타석에 선 구자욱. 그는 열흘 전 LG전에서 우규민의 초구를 노려 중전안타를 날렸다. 이번에도 니퍼트의 초구(144km 속구)에 배트를 휘둘렀다. 잘 맞은 타구였다. 그러나 중견수 정수빈의 호수비에 아웃. 1호 안타는 그 다음 타자인 박해민이 기록했다.
라이온즈파크의 KBO리그 1호 안타 및 도루는 기록하지 못했으나 시즌 1호 안타 및 도루는 기록했다. 구자욱은 5회 2사 후 니퍼트를 상대로 중전안타를 쳤다. 니퍼트의 145km 높은 공을 공략했다. 그리고 곧바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가능한 안타도 치고 도루도 하고 싶다던 그는 모두 기록했다. 개막전부터 시즌 1호 안타와 1호 도루를.
다만 만족할 수 없었다. 팀은 패했고, 자신도 승부처에서 해결하지 못했다. 삼성이 추격의 불씨를 당긴 7회, 2사 2,3루 찬스서 좌익수 뜬공 아웃. 삼성의 마지막 기회였다. 삼성은 곧 이은 수비에서 민병헌에 쐐기 홈런을 맞았다.
그래도 1년 전과는 다른 기분이었다. 지난해 3월 28일 대구 SK전에서 6번타자로 뛰었다. 시즌 첫 경기이자 프로 데뷔 첫 경기였다. 1년 전에는 모든 게 신기했다. 그리고 긴장했다. 하지만 1년 후 그는 침착했다. 구자욱은 “지난해 개막전에는 뭔가 붕 떠있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올해는 긴장되지 않는다.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삼성은 올해 ‘Again 2011’을 외치고 있다. 우승을 탈환하겠다는 포부다. 다들 겨우내 무던히 노력했다. 구자욱이 흘린 땀도 동료와 비교해 결코 적지 않았다. 구자욱은 “2년차 징크스는 없다. 투수를 상대하는 법을 더 알게 돼 올해가 더 괜찮지 않겠는가”
1년 전에는 출발이 썩 좋지 않았다. 2015년 4월까지 시즌 타율이 2할5푼9리였다. 1년 후 첫 경기, 1안타이며 주요 찬스서 침묵했지만 타구 ‘질’은 나쁘지 않았다.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다짐하던 구자욱, 그의 2016년 4월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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