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3일 오후 2시10분 프로야구 KBO리그 대구 두산-삼성전의 우천 취소가 발표됐다. 라이온즈파크에는 낮부터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다. 그 무렵, 더그아웃에서 비 내리는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류중일 삼성 감독이 입을 열었다. 윤성환과 안지만의 복귀 계획을. 그리고 곧 실행에 옮겼다.
이날 1군 훈련에 합류한 윤성환과 안지만은 순차적으로 1군 경기에 나선다. 안지만은 3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고, 윤성환도 오는 6일 포함된다. 5일부터 7일까지 수원에서 열릴 삼성-kt전은 윤성환, 안지만의 ‘컴백쇼’가 됐다.
류 감독은 이들의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언젠가는 두 선수를 경기에 써야 한다. 언제 투입할지 조율이 필요했고 오늘 최종 결정을 했다”라고 밝혔다. 계속 야구를 해야 할 둘의 선수 생명을 고려했고,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동안 눈치를 봤던 삼성이다. 도박 스캔들 관련 의혹은 말끔히 지워지지 않았다. 경찰의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지만, 둘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다. 냉정히 말해, 둘을 둘러싼 상황은 바뀐 게 없다. 임창용의 KIA행으로 ‘공기’만 살짝 바뀌었지.
↑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성환(왼쪽)과 안지만(오른쪽)은 그라운드에 돌아온다. 사진(대구)=김영구 기자 |
여러 가지의 의미가 함축된 발언이다. 류 감독은 ‘무조건’이라는 표현을 썼다. 두 선수 기준으로 말 많고 탈 많았던 그라운드 복귀 과정이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고생을 많이 했다”라고 했다. 팀에게도 중요하나 개인에게도 중요할 활약상이다. 툭툭 털어낸 뒤 그들을 기다렸던 야구팬을 위해 보답하라는 의중일 터. 결국 ‘실력’으로 말하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윤성환과 안지만이 먼저 말해야 하는 건 입으로 하는 것이다. 물론, 하기는 했다. 3일 1군 합류 후 첫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섰다. 둘은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여 사과를 했다. 윤성환은 “야구팬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야구에만 전념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끝. 그들이 카메라 앞에 서있던 시간은 약 1분 남짓이었다. 안지만은 따로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취재진의 질의응답도 없었다. 둘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뭔가에 쫓기듯. 지난해 10월 도박 스캔들 이후 반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선 둘이었다. 그들에게 직접 듣고 싶고 들어야 하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둘은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았다. 도박 혐의와 관련해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그들을 사랑하고 응원했던 야구팬에게 어떠한 입장이나 해명을 해야 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진행된 ‘이벤트’는 쇼케이스 같은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둘의 공개 사과 또한 진정성에 의문을 들 수밖에 없다.
삼성은 앞으로 경기를 통해 윤성환과 안지만이 인사를 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럴 것이다. 윤성환과 안지만이 경기에 나가 잘 던져 팀 승리를 이끌어 수훈선수로 뽑힐 경우에. 실력으로 말한 뒤 입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입 밖으로 꺼낼 말은 ‘그 경기’에 관해서다. 정작 해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표명 기회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정쩡하게 봉합했다. 그리고 또 입을 닫았다. 결국 실력으로 말해야겠지만 야구팬이 우선적으로 원하는 건 그게 아닐 것이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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