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이상철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가 kt 홈 개막전 상대네.” 5일 경기를 앞둔 류중일 삼성 감독의 발언이다. 수원 삼성-kt전은 삼성의 시즌 첫 원정경기이자 kt의 시즌 첫 홈경기였다.
공교롭게 2년 연속 대진이다. kt는 지난해 3월 31일 삼성을 상대로 역사적인 KBO리그 첫 홈경기를 치렀다. 홈 개막전서 첫 승에 도전했던 kt의 꿈을 앗아갔다. 삼성은 투수진의 제구 불안(4사구 6개)으로 5점 차 리드를 못 지키며 동점을 허용했지만, 최형우의 결승 2루타와 나바로의 홈런에 힘입어 9-6으로 이겼다. 이튿날 경기에는 윤성환의 탈삼진 쇼(10개) 속에 5-1 승리, kt를 연패의 늪에 더욱 깊이 빠트렸다.
↑ kt는 5일 KBO리그 삼성전에서 승리하며 홈 개막전을 잔칫상으로 만들었다.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
업그레이드가 된 건 시구만이 아니다. kt도 업그레이드 됐다. 1년 전 첫 승까지 11번이나 졌던 팀은 1년 후 첫 판에 첫 승을 거뒀다. 그리고 세 판 만에 위닝시리즈까지 했다.
류 감독도 ‘훌쩍 큰’ kt를 경계했다. 류 감독은 “외국인투수 3명이 (지난해보다)더 좋아진 것 같다. 타율 3할4푼8리의 타자(마르테)도 있는 데다 유한준, 이진영이 가세했다. 플러스 요인이 많다”라고 평했다.
홈 개막전서 다시 붙었는데, kt는 1년 전의 kt가 아니었다. 류 감독의 평대로 얕잡아 볼 팀이 아니었다. SK에서 kt로 이적한 외국인투수 밴와트는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펼치며 5이닝 1실점으로 막았다. 팀 타율 3할5푼3리의 삼성은 세 차례(2회, 4회, 6회)나 만루 기회를 잡았으나 침묵했다.
kt 타선은 나바로(지바 롯데)와 박석민(NC)의 이적으로 다운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듣는 삼성과 달랐다. 몰아칠 때는 화끈하게 몰아쳤다. 6회까지 매 이닝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들뜨지 않고 인내했다. 삼성 선발투수 벨레스터의 제구 난조에 볼넷만 6개를 얻었다. 그리고 득점 방법도 다양했다. 희생타, 연타, 홈런 등. 유한준은 6회 위즈파크의 첫 홈런을 신고했다. 그리고 팬페스티벌에서 홈 개막전서 홈런을 칠 경우 ‘하트 세리머니’를 하겠다던 약속도 실천했다.
수원은 잔칫상 분위기였다. 1만3575명이 위즈파크를 찾았다. 1년 전(1만886명)보다 2689명이 증가했다. 9199장이 예매돼 홈 개막전 최다 관중 신기록은 예상됐다. 그렇게 kt는 뿌리를 내리고 있다. 수원(인기)은 물론 KBO리그(실력)에도.
1년 전 kt는 가장 무서운 동물이 사자였다. kt의 지난해 삼성전 전적은 3승 13패. 다른 8개 구단 전적과 비교해 가장 밀렸다. 하지만 1년 후 kt는 더 이상 사자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 kt는 5일 KBO리그 삼성전에서 승리하며 홈 개막전을 잔칫상으로 만들었다. 사진은 위즈파크의 시즌 1호 홈런을 기록한 유한준.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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