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야구팀] 한주간의 그라운드에는 안타만큼이나 많은 말들이 쏟아진다. 시원한 정타 혹은 절묘한 코스의 ‘럭키히트’, 가끔은 호쾌한 홈런까지.
10개 구단에서 한마디씩 모아 보는 ‘주간채팅창’. 4월5일부터 10일까지 들었다. <편집자주>
9일 잠실 넥센전, 2-7로 뒤져있던 5회 두산 정수빈의 타구가 쭉쭉 뻗어나갔다. 잠실구장 오른쪽 폴대를 맞힌 ‘깜짝’ 스리런홈런. 홈팀 더그아웃에서는 안 보였던 각도다. 뛰쳐나가 타구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김태형 감독이 끝내 제자리를 지킨 이유. “모양 빠질까봐….”
▶기자실은 ‘초만원’
kt-삼성전이 열린 6일 수원구장 관중은 3977명. 전날보다 9598명이 격감한 썰렁한 스탠드였다. 덕분에(?) ‘도박파문’ 후 187일만의 등판을 덤덤하고 시크하게 마무리한 ‘100승 투수’ 윤성환은 경기후 몰려든 기자들에 화들짝. “취재진이 너무 많이 오셔서 놀랐습니다.” 다들 어디서 나타났냐고? 이날 수원구장에선 오로지 기자실만 ‘북새통’이었다. 누구 덕분에.
▶혹시 ‘답정너?’
9일 마산구장 한화전에서 8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NC 이재학은 ‘두개 구종으로 어떻게 잘 던질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두 개 밖에 없긴 하네요.” 서글서글한 인정. 이재학은 속구와 체인지업에 주로 의존하는 ‘투피치’ 유형으로 꼽히지만, 세밀한 제구력과 유연한 볼배합으로 안정된 기량을 선보이면서 3년 연속 10승을 달성하고 있는 선발투수다.
▶우리 아직 살아있지 말입니다.
개막전 곳곳에서 ‘꼴찌후보’로 꼽혔던 넥센. ‘과대평가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말에 염경엽 감독은 “꼴찌전력으로 평가돼도 진짜 꼴찌하면 비판받는다”며 냉정한 프로세계 속 뜨거운 각오를 다졌다. 그런데 ‘꼴찌평가’에 오기가 난 건 선수들도 마찬가지인 모양. 10일 잠실 두산전서 결승타점을 올린 김하성은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건강한 ‘뒤끝’을 날렸다. “우리를 꼴찌로 뽑으셨던 분들, 저희 팀 아직 살아있습니다!”
▶믿어주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국대 좌완’ 김광현(SK)은 시즌 첫 등판이었던 1일 kt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4⅔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5일 사직구장에서 불펜피칭을 마친 김광현을 향해 박경완 배터리코치가 투박한 파이팅에 나섰다. “광현아, 넌 우리의 1선발이야!” 김광현은 이틀 뒤인 7일 롯데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첫 승을 신고하면서 1선발의 ‘품’을 회복.
▶‘야신’ 감독, ‘의문의 1승’
5일 당시 연패 중이던 한화 김성근 감독은 넥센과의 대전구장 홈 개막전을 앞두고 경기전 더그아웃 인터뷰에 나오지 않았다.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박철호 홍보위원이 밝힌 이유는 “감독님이 오늘은 일이 좀 많다고….” 이것은 경기전 인터뷰에 꼬박꼬박 응하는 9개팀 프로야구 감독들을 할일이 없어 나오는 분들로 만들어버린 ‘일타구피?’ 연패 고난이 이어졌던 지난주, 김 감독은 창원 원정에서도 9일과 10일 경기전 인터뷰에 나오지 않았다.
▶뭐니뭐니해도 윤석민의 ‘품격’
홈 개막전이던 5일 광주 LG전 선발로 지크 대신 윤석민을 낙점한 KIA 김기태 감독의 변. “윤석민이 ‘가오’가 있지….” 1주일간 두 차례 등판해야 하는 5일 선발 자리에 김감독은 당초 지크를 계획했으나, 윤석민이 던질 예정이었던 3일 NC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고민에 빠졌다. 오랜만에 선발로 복귀한 베테랑 에이스의 순서를 그냥 건너뛰는 것이 끝내 부담스러웠던 ‘형님리더십’이 지크를 미루고 홈 개막전에 올린 윤석민은 6이닝 1실점 993일만의 선발승으로 응답했다. 다만 우려했던 지난주의 두 번째 등판, 10일 kt전의 결과는 씁쓸. 4이닝 7실점(4자책)으로 무너지면서 시즌 첫 패전을 안았다.
▶우리 롯데가 달라졌어요
롯데는 올해 김해 상동구장에 최신 시스템을 갖춘 동작분석실을 마련했다. 이곳에선 투수와 타자의 폼을 세밀하게 분석해 비포 앤 애프터(Before & After)로 비교해준다. 지난 5일 삼성과의 퓨처스리그 개막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을 따낸 김원중은 동작분석실의 덕을 톡톡히 봤다며 엄지 척. 새 시스템을 처음 이용해봤을 때의 느낌? “낯설었어요”
↑ LG 히메네스는 활기찬 야구와 유쾌한 익살로 팀 동료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10일 문학구장 SK전을 앞두고 경기전 훈련을 나가는 히메네스. 사진(인천)=옥영화 기자 |
LG 더그아웃의 ‘분위기메이커’ 히메네스는 점점 진가를 더해가는 야구 실력만큼 한국어 실력도 ‘미친듯이’ 늘고 있다는 평이다. 9일 문학구장 더그아웃에서 취재진을 향해 다양한 한국어 인사를 늘어놓은 히메네스는 열화와 같은 반응에 구수한 추임새마저 시전. “아이고!” 그의 한국어 실력은 이제 팀 동료들과 농담이 가득 섞인 일상대화도 제법 가능한 수준이다.
▶‘상전벽해’
모두가 믿는다. 올해 kt의 ‘탈꼴찌’를. 개막 첫 주부터 싹 달라진 전력을 뽐냈다. 지난 5일 경기 후에는 단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뿌듯한 순위표를 마주
[그래픽=매경닷컴 MK스포츠 이주영 기자 / tmet231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