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13일 대구 NC-삼성전은 다승왕(해커)과 탈삼진왕(차우찬)의 첫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차우찬과 해커의 선발 대결은 처음이다. 지난 3년간 둘은 계속 엇갈렸다. 빅매치였다.
차우찬은 2015년 4월 22일 이후 1년 가까이 NC전 무패 중이다. 지난해 NC전에서 3승을 쓸어 담았다. 해커도 2015년 8월 14일 잠실 두산전 이후 원정 5연승이다. 창원을 벗어나면 그의 공은 더욱 묵직해졌다.
해커는 지난해 KBO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19승 5패 164탈삼진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다. 다승 1위 및 평균자책점 2위. 그는 양현종(KIA)을 제치고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차우찬도 최종전에서 탈삼진 3개를 추가해, 밴헤켄(넥센)을 따돌리고 탈삼진왕(194개)이 됐다. 2006년 프로 입문 이래 개인 첫 타이틀이었다.
↑ NC의 해커는 13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사진=MK스포츠 DB |
비슷한 행보였다. 첫 등판에서 다소 부진하며 4실점씩을 했다. 하지만 다음 등판은 180도 달랐다.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차우찬-kt전 7이닝 1실점/해커-두산전 6이닝 1실점)와 함께 첫 승을 거뒀다. 다승왕과 탈삼진왕다운 위력투였다. 차우찬은 탈삼진 8개를 잡았다. 김경문 NC 감독은 “차우찬의 지난 등판 경기를 봤는데 공이 좋더라”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매번 같지 않은 게 야구다. 어제 잘 했다고 오늘도 꼭 잘 하는 건 아니니까. 류중일 삼성 감독은 “오늘 투수전이 될까. 그건 모른다. 그게 야구의 재미다”라고 말했다.
류 감독의 예측대로 이날 경기의 진행 속도도 상당히 더뎠다. 한 번씩 공격을 끝났을 때가 오후 7시6분. 36분이 소요됐다. 그만큼 차우찬과 해커가 고전했다는 이야기. 차우찬은 1회에만 42개의 공을 던졌다. 지난 7일 kt전의 4회까지 투구수(51구)와 엇비슷하다. 8타자 중 초구 스트라이크는 3번. 볼넷만 3개를 내주며 만루 위기만 2번이었다.
해커의 1회 투구수는 15개로 차우찬의 1/3 정도. 그러나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1실점을 했다. 삼성 타자들의 적극적인 배팅 앞에 잠시 흔들렸다. 6타자 중 초구 스트라이크는 3번. 해커의 초반 컨디션도 딱히 좋지 않았다. 3회에도 박해민과 구자욱에 연속 안타를 맞고서 추가 실점을 했다.
↑ 삼성의 차우찬은 13일 대구 NC전에 선발 등판했다. 그는 2회까지 64개의 공을 던졌으나 이후 효율적인 투구수 관리로 6이닝을 책임졌다. 사진=MK스포츠 DB |
해커는 지난해 5패 중 2패를 삼성전에서 기록했다. 7실점을 하며 조기 강판(지난해 9월 2일)한 적도 있으나 7이닝 1실점 이하 피칭도 2번이었다. 해커는 이닝을 거듭할수록 공략 불가 대상이 됐다. 최종 7⅓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
차우찬도 3회부터 예의 안정감을 보였다. 2회까지 투구수는 무려 64구. 차우찬의 시즌 최다 투구수는 110구(1일 대구 두산전). 그러나 6,7이닝은 소화했던 차우찬이다. 이후 13구(3회)-9구(4회)-11구(5회)-14구(6회)의 효율적인 투구수 관리로 이닝을 늘려갔다. 이번에도 6회까지 책임졌다. 2회 나성범을 헛스윙 삼
예상대로 팽팽했다. 1점 차의 살얼음판 승부였다. 초반 위기를 딛고 다승왕, 탈삼진왕다운 피칭이었다. 단, 그 초반의 기 싸움, 그 작은 차이가 둘의 희비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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