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중국 베이징) 강대호 기자] 한국에서 ‘3’은 길한 숫자이자 ‘완성’의 의미가 있다. 제41대 천하장사이자 ‘2005 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 챔피언 최홍만(36)에게는 요즘 유독 마음에 닿을 숫자다.
한국 종합격투기(MMA) 단체 ‘로드 FC’의 2번째 중국대회인 ‘로드 FC 30’이 16일 베이징 공인체육관에서 열렸다. 최홍만은 메인이벤트이자 무제한급 토너먼트 준결승에서 내몽골자치구 출신 아오르꺼러(21·중국)에게 경기 시작 1분36초 만에 그라운드 타격으로 TKO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토너먼트 우승자는 ‘초대 로드 FC 무제한급 챔피언’에 등극한다. 최홍만은 MMA 첫 챔프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준결승에서 아오르꺼러는 잠깐의 탐색전이 끝나고 저돌적으로 최홍만에게 달려들었다. 구석에 몰린 최홍만은 아오르꺼러의 목을 잡아두긴 했으나 아오르꺼러는 잇달아 최홍만의 안면을 공격했다.
“아오르꺼러의 돌진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맞아보니 생각보다 펀치가 더 강했다”고 평가한 최홍만은 “안 좋은 기억이 머리를 스치면서 긴장감이 절로 생겼다. 2119일(만 5년9개월20일)의 공백을 딛고 로드 FC로 복귀했으나 지난 2경기 모두 초반 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다행히 연패는 면했지만 3경기 연속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고 회상했다.
↑ 최홍만(왼쪽)이 ‘로드 FC 30’ 메인이벤트이자 무제한급 토너먼트 준결승에서 아오르꺼러(오른쪽)를 다운시키고 있다. 사진=‘로드 FC’ 제공 |
무제한급 토너먼트 결승전 상대는 K-1 월드그랑프리 라스베이거스(2004년)·하와이(2007년) 대회 챔피언 마이티 모(46·미국). 준결승에서 MMA 전향 이전 한국 킥복싱 수위를 다퉜던 명현만(31·압구정짐)을 3라운드 1분12초경 ‘넥 크랭크’라는 관절 기술로 제압했다.
최홍만과 마이티 모는 K-1 시절 1승 1패를 주고받은 사이다. “마이티 모와 어느덧 3차전을 하게 됐다”고 감개무량함을 밝힌 최홍만은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우리는 친한 사이다. 그러나 개인 통산 3번째이자 MMA로는 첫 대결이다. 승부를 걸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아오르꺼러전을 준비하면서 최홍만은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에서 2015년 12월26일 치러진 ‘로드 FC 27’의 준준결승에 임하여 루오취안차오(20·중국)에게 3분14초 만에 TKO로 이겼으나 부상으로 상대가 기권하기 전까지 경기 내용은 열세가 확연했다. 당시 10대였던 데뷔전의 신예에게 굴욕을 당한 것이다.
준결승 상대 아오르꺼러와는 직·간접적인 신경전이 계속됐다. 대중의 관심이 고조될수록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도 커져만 갔다.
중국 베이징 케리 호텔 2층 대연회장에서 15일 진행된 ‘로드 FC 30’ 공개 계체와 기자회견 당시 중국 언론인이 “아오르꺼러가 10초 혹은 30초 만에 최홍만을 KO 시킨다는 예상이 한국에 널리 퍼졌다고 들었다”면서 “패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나?”고 야유할 정도로 양국 모두 최홍만의 패배를 점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제2대 로드 FC 라이트급(-70kg) 챔피언 권아솔(30·압구정
“속이 후련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말을 아끼겠다”는 최홍만의 심정은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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