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이재원(28)은 SK와이번스의 안방마님이다.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하지만 그도 ‘반쪽선수’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2006년 인천고를 졸업하고 SK에 1차지명으로 입단했을 당시만 해도 이재원은 촉망받는 포수 유망주였다. 그러나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포수로서 자질보다 타자로써 자질이 더 낫지 않냐”는 평가가 많았다. 포수 마스크를 쓰는 것보다 우타 대타요원으로 좌완투수 킬러로 더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분명 기대치보다는 부족했다. 그리고 류현진(LA다저스)이라는 존재 때문에 이재원은 더욱 초라해졌다. 2005년 SK가 당시 동산고 투수 류현진 대신에 이재원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에 2차 1라운드에 지명된 류현진은 2006년 KBO리그에 전무후무한 신인왕과 정규시즌 MVP 동시 석권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 이재원, 그는 SK와이번스의 안방마님이다. 공수에서 이재원은 SK전력에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주로 떠올랐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래도 1군 무대에서 이재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포수로 바뀌지는 않았다. 그런 그가 서서히 포수로서 자신을 각인시키기 시작한 게 2014년이다. 정상호(LG)와 함께 안방을 번갈아 지켰다. 물론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이재원은 그 때를 떠올리며 “여유가 없었다. 처음 투수 공을 받을 때는 덜덜 떨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하기도 했지만, 문제점도 노출됐다. 전반기 4할 가까운 타율을 자랑했던 그의 페이스가 후반기 들면서 떨어졌던 것이다. 2015년도 마찬가지였다. 포수 출전 비중이 늘었다. 타격에서는 100타점을 기록, 통산 2호 포수 100타점이라는 금자탑을 세우며 포수 포지션에 대한 적응도를 높였지만, 후반기 페이스가 떨어지는 경향은 계속됐다.
올 시즌은 포수로서 시험대에 올랐다. 정상호가 FA로 LG 유니폼을 입으면서 그는 주전 포수가 됐다. 타선에서도 제 역할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부담은 더 늘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이재원은 6번타순에 고정되며 공수겸장 안방마님으로 진화해버렸다. 25일까지 타율 0.324 OPS 0.764 1홈런 4타점이다. 도루저지율은 무려 0.600이나 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 같다.” 이재원은 안방마님으로서 책임감에 대해 얘기했다. 책임감이 더 생기면서 그는 타격과 수비를 모두 잘하는 포수로 생존하는 법을 터득했다는 의미였다. 물론 “포거스는 포수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재원은 “(지명타자를 번갈아 맡았던 때보다) 포수로 출장하는 게 더 편하다. 이젠 여유가 더 생겼고, 시야를 더 넓게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 포수는 궂은 일이다. 야구에서 대표적인 블루워커다. 거기에 타격에서도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는 체력소모가 심할 수밖에 없다. 이재원이 딱 그 위치다. 그래도 그는 포수마스크를 쓰고 있는 순간이 즐겁다. 야구를 시작했을 때붙터 마스크를 쓰고, 무거운 보호장비를 찼다. 이재원에게는 익숙하고 즐거운 일이다. 사진=MK스포츠 DB |
벤치의 관리도 도움이 되고 있다. 김용희 감독과 박경완 코치는 이재원을 1주일 6경기 중 1경기는 지명타자나 대타로 휴식을 주고 있다. 이재원도 “작년과 재작년 후반기 페이스가 떨어졌다. 3년째인 올해도 그러면 안 되지 않냐. 개인적으로 체력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박경완 코치님도 많이 배려해 주신다. 아무래도 코치님 경험이 많으시다 보니 배우는 것도 많다”고 덤덤히 말했다. 그러면서 “타격을 신경 안 쓸 수는 없지만, 포수를 같이 해서 안 맞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의윤이 형하고 (최)정이형이 앞에서 타점을 쓸어가고 있는데, 바람직하다고 본다. 나는 하위타선 앞에서 살아나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SK는 25일 13승7패로 2위에 올라있다. 안방을 지키며 타선에서도 무게감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는 이재원의 역할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승리를 거둔 투수들은 “이재원의 리드가 좋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 시즌 투수들과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는 다짐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다소 공격적인 투수리드도 변화를 줬다. 이재원은 “다양하게 하려고 한다. 상대 타자들의 노림수가 쉽게 통하지 않게 하려고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는 조심스러웠다. 포수로서 어떤 점이 달라졌는가라고 묻자 “시즌
물론 분명한 사실은 이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재원은 상상할 수 없게 됐다는 점. 이재원, 그는 천상 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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