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13일 오후 고척돔에 때 아닌 피자 파티가 열렸다. 넥센의 손혁 투수코치가 통 크게 한 턱을 쐈다. 이날 배달된 피자만 30판이었다.
손 코치는 지갑이 얇아졌다고 푸념했지만, 그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신재영이 5승을 거둘 경우, 도우미 야수에게 감사의 의미로 지갑을 열겠다고 공약했다. ‘둘 만의 비밀’이라고 했지만, 여기저기로 많이 새어 나갔다.
당초 격려 공약 조건은 5연승. 손 코치는 “4연승은 누구나 하지 않나, 그런데 5연승은 아무나 할 수가 없다”라며 농담 같이 말했지만, 제자의 승부욕을 키우고 목표의식을 세워주기 위함이다. 그 누구나와 그 아무나는 손 코치 자신이기도 했다. 현역 시절인 1997년 4연승 후 4연패를 했던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람도 들어있다.
그런데 신재영은 4연승을 달리다가 지난 4월 29일 고척 SK전에 6⅓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1승만 남겨두고 아쉽게 실패한 신재영은 5연승을 5승으로 조건을 완화시킨 뒤 ‘삼세번’을 요청했다. 손 코치는 흔쾌히 승낙했다.
↑ 신재영이 지난 11일 시즌 5승을 한 뒤 넥센은 연패의 늪에 빠졌다. 그리고 다시 신재영의 차례가 돌아왔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런데 만약 신재영이 롯데전에서 5승을 거두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됐을까. 3번의 기회가 끝나면서 함께 사라지는 걸까. 손 코치는 며칠 뒤 고백했다.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몇 번의 기회든 5승을 할 경우, 무조건 쏘겠다는 의중이었다.
신재영이 기특하고, 야수들이 기특해서. 손 코치는 “내용이 좋아도 결과가 나쁘면 괜히 말릴 수가 있다. (생각이 너무 많아 4연승 후 4연패를 기록했던)나와 다르게 (신)재영이는 이겨냈다. 좋은 투수다”라고 칭찬했다.
야수들의 도움은 어느 때보다 컸다. 넥센은 롯데전에서 홈런 4개 포함 안타 17개와 4사구 5개를 묶어 무려 16점을 뽑았다. 4회까지 13득점을 하며 신재영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신재영은 “만약 (롯데전에서)3패를 했다면, 부진이 오래 갔을지 모른다. 생각이 너무 많은 스타일인데, 손 코치님의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됐다”라며 감사해하면서 “야수들에게도 고마움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손 코치가 아닌 자신이 한 턱을 쏘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더 크게. 피자보다 훨씬 맛나면서 값비싼 음식으로. 그 목표는 7승이다. 2번만 더 이기면, 팍팍 쏜다. 이르면 이번 주말에 결정될 수도 있다. 선발 로테이션대로면, 신재영은 오는 17일 고척 NC전과 22일 잠실 LG전에 등판하게 된다. 염경엽 감독은 신재영의 활약상에 흡족해 하며 “지금부터 보너스”라고 표현했다. 이를 즐길 차례다.
신재영은 기분 좋게 한 턱 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동료들도 그걸 바랄지 모른다. 신재영은 넥센의 가장 최근 승리투수다. 그 뒤 넥센은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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